극장 밖에서 독립영화를 보다
극장 밖에서 독립영화를 보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10.04.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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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상영 방식 ‘공동체 영화 상영’인기
독립영화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 시작

다큐멘터리 영화나 독립·예술영화들이 대규모 극장에 끼어들 수 있는 자리는 좁다.

영상미가 우수하고 내용이 탄탄하다 하더라도 ‘상업성’이라는 기준에 밀려 안정적인 상영관과 상영일수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지난달 23일 송두율 교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가 전남대에서 공동체 상영회를 가졌다. 최근 지역 시민·문화 단체들이 주관해 독립·예술 영화를 볼 수 있는 공동체 상영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공동체 영화 상영’은 학교나 동아리, 일터, 지역 문화센터 등 자신이 속한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보고자 하는 영화를 배급사와 간단한 계약을 통해 여는 상영회를 말한다. 대중 영화 문화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 향유 기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영화배급사 ‘시네마달’의 지역 배급을 맡고 있는 우정태 진상필름 활동가는 “공동체 상영은 그간 극장에서 일방적으로 걸리는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좀 더 능동적인 관람 형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영화 <저 달이 차기 전에> 포스터 사진.
▲ 영화 <당신과 나의 전쟁> 포스터 사진.


특히 우정태 활동가는 “매해 생산되는 독립영화들이 상영할 극장이 없어서 고충을 겪고 있었는 데 이 점에서도 자구책이 될 수 있다”며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을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상영은 그 어떤 모임, 그 어떤 공동체라도 신청이 가능하며 소정의 상영료만 지불한다면 원하는 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제작자와의 만남도 가능하다. 영화의 제작 배경과 연출 의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기회까지 열린다.

▲ 영화 <경계도시2> 포스터 사진.
지역에서는 최근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77일간의 기록을 담은 <저 달이 차기 전에(감독 서세진)>와 여성 농민의 삶의 다룬 <땅의 여자(감독 권우정)> 등이 지역 노동계와 여성단체 등의 주관으로 상영된 바 있다.

오는 23일(금)에는 쌍용자동차 투쟁을 다룬 따끈한 신작 <당신과 나의 전쟁(감독 태준식)>이 민주노총금속노조 등 지역 노동계의 요청으로 저녁 7시 전남대학교 용봉문화관(4층)에서 상영회를 갖는다.

지난달 23일 같은 곳에서 공동체 상영됐던 <경계도시2(감독 홍형숙)>도 오는 23일 전남대 비정규직 교수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워크숍에서 공동체 상영되고, 이날 감독도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우정태 활동가는 “가까운 일본만 가더라도 지역민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주민자치센터 같은 곳에 신청을 해 언제든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다”며 “지역에서도 공동체 상영이 활발히 이뤄져 사회적 이슈를 환기시키고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공동체 상영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등에 국한되진 않는다.

배우 문성근, 故 박광정, 송강호, 문소리, 박원상 등 142명의 한국 대표 배우들과 229명의 스텝들이 노 개런티로 참여해 8년에 걸쳐 제작된 <작은 연못(감독 이상우)>이 그 예이다.

▲ 영화 <작은 연못> 포스터 사진.
6.25 전쟁 당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미군의 무차별적인 사격으로 주민 500여명이 무참히 살해된 노근리 사건을 다룬 영화는 지난 15일 개봉 전인 지난달 29일 광주전남진보연대와 광주독립영화협회, 광주민예총, 민주노동당광주시당 등이 힘을 모아 시민사회단체를 위한 공동체 상영회를 2회 열었다.

김영순 광주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국내외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사회적으로 조명해봐야 할 문제들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며 “큰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 말고도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중에서도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다. 공동체 상영으로 국내 영화가 한층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네마 달(www.cinemadal.com)과 인디 스토리(http://www.indiestory.com) 등 작은 배급사들이 이러한 방식의 대안상영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들 배급사들과 손을 잡고 정기적인 공동체 상영회를 여는 곳이 있다. 독립문화공간 네버마인드(매월 1회)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매월 1회), 아름다운가게 헌책방(매월 1회) 등이 최근 만들어진 독립다큐물이 지역민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

여럿이 모여서 영화를 관람하는 일이 번거롭다면, 인터넷으로도 받아 볼 수 있다.

지난 9일부터 다음, 곰TV, 맥스무비, 벅스, 엠넷 등 주요 포털 및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와 독립영화 전문 사이트인 인디플러그(www.indieplug.co.kr) 등 총 21개 사이트에서 독립영화를 합법적으로 다운로드해 볼 수 있다. 장편은 2천원, 단편은 400원에 콘텐츠가 제공된다.

이강현 감독의 <파산의 기술>, 김종관 감독의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 양익준 감독의 단편 <바라만 본다> 등 85편의 영화가 우선적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약 1천여 편의 독립영화가 합법 다운로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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