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발상이라 무상급식 안 된다?
사회주의 발상이라 무상급식 안 된다?
  • 이옥순
  • 승인 2010.04.19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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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빛고을시민생협 이사장

내가 워낙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그냥 잘하면 되지 뭐가 그리 문제 될 것이 있나싶고 워낙 아는 것이 없는 무지렁이 인지라 누가 뭐라고 하면 그런가 싶기도 해서 속 갈등은 많으나 겉으로는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사회 안에 속해 있고 작은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여기저기 해야 할 일도 지켜야 할

것도 많아져서 요즈음 새로운 고민으로 속이 더 시끄러운데…. 그 안에서도 좋든 싫든 더 나빠지던 간에 가슴앓이의 몫이 각자의 것으로 남겨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속 시원히 말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사는 서민들의 심정은 누가 알아주겠는가 싶다. 사실은 내 속이라도 시원해 보자는 심산이 더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선관위 전화에 편치 않은 심사

여하튼 며칠 전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단다. 내가 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사무국장이 나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선관위입니다. 몇 월 며칠 어디어디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거리서명하실 예정이시죠?”

“예” “거리에서 서명운동하시면 안 됩니다. 요즈음 떠오르는 공약이기에 선거법 위반사항에 해당됩니다. 생협에서 먼저 시작을 했더라도 적용이 됩니다.”

“아, 예~ 그래요. 그럼 안하겠습니다.”

그 후 친환경 무상급식 서명운동을 하기로 조합원님들과 약속된 날 아침 걸려온 또 한통의 전화. 다시 선관위다. “오늘 서명운동 안 하실거죠? 만일에 하시게 되면 저희가 관리 나갑니다.”

일반인이 관에서 오는 전화를 편안히 받기란 어지간해서 쉽지 않다. 지은 죄(?)가 없음에도 괜히 불편하고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게다가 상대방은 평상시 사용하는 말들이어서 불편함이 없을지 모르지만 선거법 위반이니 관리니 도통 우리네들 삶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말로 협박 아닌 협박을 당한 느낌이라 몹시 기분이 상했으나, 그래, 그럼 그러지 뭐 하며 내 속을 위로해 놓고도 영 심사가 편치 않다.

무상급식이 사회주의? 공감 200%

늘 해왔던 일들이 그것도 한 두 해가 아닌데 몇 년 전 선거철에는 관심도 없던 일이 왜 지금은 선거법 위반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거인지가 사뭇 궁금하다 못해 곡해하고 싶어진다.

한 주간지에 올려진 글을 소개하면서 나도 맘을 다잡아 보련다.

‘친환경 무상급식 - 사회주의 하려는 거냐? 그래 사회주의 하자.’

200% 공감한다.

민주주의는 선거권이 있는 어른들이 표결로 의사표시를 하고 제대로 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자는 제도다. 선거권이 없는 어린아이들의 문제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어른들이 만드는 것인 만큼 무상급식이 사회주의라 해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모든 아이들이 한 줄서기의 경쟁에서 벗어나 나란히 서서 밝고, 맑고, 자신 있게 살 수 있을 때 이 나라의 에너지가 강해지고 한발 더 글로벌한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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