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하이킥으로 ‘시민권력’ 되찾겠다”
“희망의 하이킥으로 ‘시민권력’ 되찾겠다”
  • 강성관 기자
  • 승인 2010.03.05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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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원섭 민주노동당 시장 예비후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심판하고 명실상부한 ‘대안정치세력’으로 인정받겠다고 벼르고 있는 민주노동당. 지난해 치러진 광주와 전남지역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쓰라린 ‘전패’를 안겨준 민노당이 또 한 번의 ‘파란’을 일으킬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장원섭 민주노동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이번 선거는 과거와 같은 ‘민노당 선전’이나 ‘약진’이 아니라 민주당을 대신할 확실한 대안세력으로서 인정받을 것이다”며 “예상을 뛰어 넘는 민심의 표출이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그는 ‘힘내라! 시민파워’, ‘희망의 하이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민주당 독점구조 속에서 퇴행적 모습을 보여 온 ‘민주당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정한 ‘시민권력’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참여 형 광주공동체’를 건설하자는 비전을 담고 있다.

그는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민주당 독점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정작 ‘광주의 민주주의’는 심각히 훼손됐다”며 “광주에서는 ‘민주당 심판론’이 선거 쟁점이 돼야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시민의소리>는 지난 2월 25일 장원섭 예비후보를 만나, 그가 구상하는 광주 비전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선전’하는 정당이 아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것”

▲ ⓒ시민의소리 강성관
-. 공직 선거 출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작년에 옛 도청 별관 사수투쟁을 하면서 광주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도청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도 지역 정치인, 오피니언 리더를 자처한 사람들 대부분이 철거에 동의하거나 사수투쟁에 나서기를 머뭇거렸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광주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광주의 새로운 발전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 새로운 방향과 비전이라면 어떤 것인가.
“기존의 모든 정치인 대부분이 가장 먼저 공약하는 것이 지역개발과 기업 유치이다. 이는  개인 간 경쟁을 넘어서 지역 간 무한 경쟁을 중시하는 부류의 공약이다. 이런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광주라는 도시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 가겠다는 고민이 빠져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경쟁방식에서 탈피해 서로 연대 협력하고 상호 공생하는 방향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돔구장 문제도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 의견도 있는데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다 좌초됐다. 시민들이 스스로 공론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시민적 합의를 통해서 추진했어야 한다. 그런데 기아타이거즈의 코리안 시리즈 우승 분위기에 편승해 추진됐고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식으로 만 접근해 왔다. 세상 모든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 예를들면, 대선후보들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선거 홍보물에 자주 사용한다. 이는 이미지 관리용 일 뿐이다. 양육 책임자인 부모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이들이 행복하겠는가. 이에 대한 대책은 없이 ‘이미지 메이킹’만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비유하자면 간이 나빠서 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간 치료는 하지 않고 안약만 넣고 있는 격이다.”

-. ‘시민파워’를 주창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광주는 약육강식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과 모델을 80년 5월 보여줬다고 본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주먹밥을 나눠먹고 헌혈을 하고 시민공동체를 구현했다. 광주 시민에게는 지금도 시민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동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정치권력을 모두 독점하고 있으면서 시민들의 에너지를 끌어내지도 못했고, 기득권 유지에만 활용해 왔다. 이제 시민 스스로 잠재되어 있는 에너지를 분출해야 한다. ‘민주당의 광주’가 아니라 해방 공간으로서의 광주, 시민들이 모든 권력의 주체가 되는 광주로 바꾸어야 한다.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에너지와 잠재력을 표출할 때가 됐고 지방선거에서 분출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시민파워’를 이야기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표현하자면 ‘민주당의 광주’에서 ‘시민들의 광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해야 ‘시민파워’가 실현됐다고 볼 수 있나.
“광주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긍지는 경제적 윤택 때문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한국 정치 발전의 역사 고비 마다 광주가 해왔던 역할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작 광주지역 정치인들은 시민의 대변자, 심부름꾼이 아니라 시민위에 군림하고 있다. 기초의원 선거구를 분할하면서 강박원 시의회 의장이 ‘우리가 잘못했다면 선거에서 낙선시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발언한 것은 시민들을 무시하고 모욕한 것이다. 그 만큼 민주당이 오만해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해야한다. 기초의원, 단체장 등 전 영역에서 민주당이 심판 받아야만 한다. 이것을 실현하는데 민주노동당이 역할을 할 것이다.”

-. 독점 구조가 초래한 폐해가 분명이 있지만 ‘민주당 심판론’만 너무 강조하는 것 아닌가.
“집권 세력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것이 선거다. 전국적으로 이명박 정부 2년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뚜렷해야하고 광주에서는 이미 한나라당이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 심판론’이 쟁점이어야 한다. 심판을 통해서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없어지는 일자리 외면하며 일자리 창출 공약은 허구”

▲ ⓒ시민의소리 강성관
-. 그 동안 ‘선전, 약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지세는 답보 상태 아닌가.
“창당 이후 전국적으로 보자면 2004년 총선 전후에 당의 지지세가 정점에 있었다. 그 이후 하향세에 있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지지율 상당히 떨어지다가 분당 사태를 맞았다. 광주와 전남지역에서는 창당 이후 처음으로 치른 2002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시의원을 당선시켰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다수의 기초의원을 배출했다. 전국적으로 당 지지세가 예년 보다 못하지만 지난해 재보궐선거 결과 등을 볼 때 답보 상태라고만 볼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시의원을 반드시 배출 기초의원 선거 역시 지난 지방선거 때 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당선시킬 것이다.”

-.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에 인적 자원이 부족한 것 아니냐. 좋은 후보를 뽑으면 지방자치 잘되지 않겠나.
“인물교체냐 세력교체냐 하는 논란인데 민주당에 좋은 후보가 없어서 지방자치가 퇴행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시민운동 진영 인사들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수혈돼 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분명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사들이 기존 정치인에 비해 잘 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독점 구조에서는 인물교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우리는 15년간 동안 검증을 통해 확인했다. 좋은 후보들이 민주당에 수혈됐지만 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되레 그 구조에 동화돼 왔다.
다른 소수정당, 진보정당에 경쟁력 있는 후보가 얼마나 있느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특정정당이 지방정치를 완벽하게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정당에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소수정당은 인물난을 겪게 된다. 정치권력 독점이 인재 독점을 초래하고, 독점 구조를 극복하기 어려워진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다.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한 번 쯤은 정치세력 교체, 즉 판갈이가 돼야한다. 시민들이 진보정당이 대안세력이 될 수 있는지 검증받을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 당장에 예단하기 어렵지만, 광주 시민들은 놀라운 선거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시민참여형 도시공동체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주민 없는 주민자치’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정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 논란, 돔구장 건설 논란 등 지역 현안에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다. 광주시가 5월 묘역에 51.8미터에 이르는 국기게양대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는데 누가 봐도 웃기는 일이다.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런 사업들이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검증 과정을 거친 후에 추진돼야 하는데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발표되고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다. 그래서 박광태 시장에게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이 따르는 것이다. 시가 펼치는 모든 정책과 사업에 대해 시민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덧붙이자면 선거 할 때 좋은 것은 다 끌어다가 백화점식으로 내놓는 것이 좋은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가. 빌 공(空)자 공약이 될 여지가 아주 높다. 제가 볼 때 좋은 공약과 정책이란, 시민들과 함께 광주의 새로운 미래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공약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이 담겨한다고 본다.”

▲ ⓒ시민의소리 강성관
-. 모든 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는데 ‘좋은 일자리’라는 것은 무엇인가.
“기준 중 하나는 ‘안정적인가’ 하는 것이다. 언제 계약기간이 끝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소한의 생활이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이 보장돼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될 때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다. 허황된 기업유치, 대규모 사업 추진 혹은 경제지표가 나아진다고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광주 시민들의 복지 수준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 있다. 어린이도서관 건립, 돌보미 서비스 확대, 노인 관련 복지시설과 사업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수 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들여 시급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는 기념탑을 건립하려고 했다. 이런 낭비성 예산을 절감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한다면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캐리어와 금호타이어 사태를 보면, 책임소재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 기왕이 있던 좋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새로운 일자리 몇 십만 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허구적인 것이다.”

* 장원섭 후보는 1966년 전북 남원 출신으로 고려대 재학 시절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제적, 구속되기도 했으며 1990년대부터 광주지역 노동운동에 몸담아 광주지역 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1997년 국민승리21에 참여하고 진보정당 창당추진위 광주전남집행위원장, 민노당 광주지부 초대 사무처장, 광주시당 위원장 등을 맡아 진보정치 운동을 해왔다. 지난해엔 ‘5·18사적지 옛 전남도청 원형보존을 위한 광주·전남 시·도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을 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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