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연금 99엔 “정말 실례된 일”
탈퇴연금 99엔 “정말 실례된 일”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2.26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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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 관료, 근로정신대 피해 원고들에게 사죄
민주당, “또 다른 고통 안겨준 것 죄송…성의 있는 조치”

일본 후생노동성 각료가 미쯔비시 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 원고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당인 민주당도 ‘성의 있는 조치’를 약속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대표 김희용 목사·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 원고들은 지난 24일 오후 일본 민주당과 후생노동성을 잇달아 방문해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한 것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양 할머니는 후생노동성 호소카와 리쓰오 부대신과 면담 자리에서 탈퇴수당금으로 받은 99엔을 쏟아놓으며 “도대체 99엔 결정을 내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그 뻔뻔한 얼굴을 한번 보고 싶다”며 “그 사람을 불러와라”고 일갈했다.

양 할머니는 이어 “13살 때 끌려와 죽도록 강제노역을 해야 했고 이제는 그 후과로 성치 않는 몸이 돼 휠체어에 의지해 이 자리까지 왔다”며 “65년 동안 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이제 와서 후생연금 탈퇴수당금이라고 99엔을 지급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일본정부가 65년 동안 수많은 징용피해자들의 미불임금을 떼어 먹고 아직까지 그 돈을 보관하고 있지 않느냐”며 “당신들한테 구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 보관하고 있는 그 미불금을 달라는 것”이라고 요구사항을 분명히 했다.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호소카와 부대신은 “온갖 고통을 당한 근로정신대 피해자에게 99엔을 지급한 것은 정말 실례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서둘러 사죄했다.

또 일본 니시마츠 건설이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합의를 이룬 사실을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미쯔비시 중공업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호소카와 부대신은 “니시마츠 건설재판도 비록 청구권 소멸을 이유로 기각됐지만 최고재판소에서 조속한 정치적 해결을 주문해 화해에 이르게 됐다”며 “미쯔비시 중공업 역시 다르지 않아 해결의 방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해결을 위한 일본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즉답을 회피했다.

호소카와 부대신은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사건에 대해 확실히 말씀은 드리지 못한다”며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후생노동성에 사실대로 확실히 전달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이에 대해 양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확답을 받기 전에는 이 자리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맞받았다.

피해 원고들은 후생노동성 방문에 앞서 여당의원인 민주당 곤노 아즈마 부간사장(중의원)을 만나 근로정신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곤노 부간사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정부가 어린 나이에 끌려와 고통을 당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무성의하게 99엔을 지급한 것에 대해 여당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 하나를 안겨준 것 같아 죄송하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곤노 부간사장은 또 “도대체 후생노동성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담당부처 관계자에게 확실히 말하겠다”며 “성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간사장에게 보고하는 한편, 후생노동성에도 그 뜻을 분명히 전달해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 원고들은 이에 앞서 지난 23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를 방문해 강제징용 피해 해결에 성의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체불 임금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이미 해결됐고 후생연금 탈퇴수당은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나고야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도 회장은 “애초 후생노동성 면담이 실제로 이뤄지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장관한테 꼭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등 이 운동을 풀어가는 데 큰 의미를 갖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도 “곤노 민주당 부간사장과 호소카와 후생노동성 부대신 면담을 통해 피해자들의 반발이 직접 전달됐다”며 “특히 면담과정에서 그동안 미흡했던 조치에 대한 사과의 뜻과 성의 있는 조치를 언급해 99엔 사태 해결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이어 “피해 원고들이 후생노동성 아이치 사회보험 사무소의 99엔 지급결정에 불복해 지난 1월14일 아이치 사회보험 사무소에 심사청구를 한 상태”라며 “늦어도 이달 15일까지 그 결과를 회신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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