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이 쓴 동화 「강아지 똥」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 동화의 주요내용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강아지 똥이 빗물에 녹아내려 예쁜 민들레를 피운다는 이야기이다. ‘똥’ 하면 더럽고 냄새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는 이 동화를 통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도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다 쓸모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보내야 한다고 암시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높고 멋지고 보기 좋은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모두가 잘나고 잘살기 위한 일에만 골몰한다. 작고 낮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는 것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모두가 우뚝하고 빛나는 것만 원한다면 이 사회는 기형적인 사회가 되어 잘못 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권정생 선생은 이점이 너무도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는 작은 것이 있어야 큰 것도 있고 별것도 아닌 것이 있어야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싶었다. 그래서 작고 하찮은 것들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강아지 똥」은 이러한 그의 생각을 유감없이 보여준 우리나라 최고의 명작동화이다.
나는 평소 그의 작품을 좋아함은 물론 그를 존경했다. 그래서 한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가 믿고 섬기던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나는 나의 게으름을 자책하며 그가 살았던 안동시 일직면에 있는 옛집을 찾아갔다. 집이라기보다는 움막에 가까운 낡고 허름한 거처였다. 그곳에서 평생을 병마와 싸우며 글을 썼을 그를 생각하자 가슴이 저몄다.
그는 10억이 넘는 재산을 두고도 먹는 것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옷도 기워 입고 검정고무신을 신고 지냈다. 그리고 그 돈을 우리 어린이들과 북한 어린들을 위해 써달라며 유언으로 남겼다.
그는 어린이 마음으로, 어린이 눈빛으로, 어린이의 해맑은 숨결로 동화를 쓰고 한 번도 어린이 마음을 버린 적이 없어 그가 쓴 동화는 어린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순결한 마음이 되게 했다.
영원한 동심으로 살았던 권정생 선생. 그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이 시대에 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