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게 동의서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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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2.1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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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운영자금 볼모로 노조동의서 제출 압박
노조측, 인력 구조조정 강행하면 쟁의행위 선택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운영자금’을 볼모로 ‘노조동의서’ 제출을 압박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000억 원 대의 긴급자금투입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노조의 ‘백기투항’을 종용하고 있는 셈.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인력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한 절대 동의서를 쓸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또 동의서 내용이 노동 3권을 제한하는 ‘신종 노비문서’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노조동의서에는 채권단의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워크아웃 기간에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금호타이어 노조는 10일 오전 광주공장 복지동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동의서 제출 거부’와 ‘인력구조조정 철회’ 입장을 정리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금호타이어 노조는 10일 오전 광주공장 복지동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동의서 제출 거부’와 ‘인력구조조정 철회’ 입장을 정리했다.

노조는 “채권단이 요구한 노조동의서는 노동 3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 단계에서 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측이 제시한 1337명에 대한 인력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도 거부입장을 명확히 했다.
현재 노사가 워크아웃 자구안 마련을 위해 임·단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이 무리하게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사측은 지난 1일 ‘2010 임·단협’ 안을 통해 ▲생산성 향상(광주 13.8%, 곡성 6.5%) ▲T/O 합리화(부적격자 포함 117명) ▲경영상 해고(371명) ▲아웃소싱 추진(정리해고 1006명) ▲임금삭감(기본급 20%) ▲단체협약 후퇴 ▲복지후생 폐지·중단 등을 제시했었다.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 안이 철회된다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고뇌를 함께 할 것이지만 임금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한다면 더 이상 선택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인력구조조정을 강행한다면 노조의 선택은 ‘쟁의행위’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조는 지난 9일 대의원 대회를 열어 1337명 인력구조조정 수용불가와 쟁의행위를 의결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금호일가의 경영권 복귀도 노조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금호일가가 사재출연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빌미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것.

노조는 “금호자본과 경영진의 부실경영과 무리한 인수합병, 계열사 간 지급보증,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급변하는 시장대처능력 부족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8일에야 사재출연 확약서를 작성하고 박씨 일가의 경영권 복귀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부실경영의 직접 당사자인 박씨 일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경영권을 다시 일임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금호타이어 경영진 사퇴와 사재출연, 채권단의 조건 없는 긴급운영자금 투입, 금호타이어 독자경영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극심한 자금난으로 지난해 직원들에게 12월 급여와 올 1월 임금 및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또 천연고무를 확보하지 못해 감산체제에 들어가는 등 생산차질도 빚어지고 있다.

곡성공장은 지난달 19일부터 주·야 3교대로 이뤄지던 24시간 가동체제에서 야간공정을 중단하는 16시간 체제로 전환했다. 협력업체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전체 203곳 가운데 20여 곳이 이미 채무불이행(신용불량) 법인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채권단이 노조동의서 없는 자금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동자들과 협력업체들의 고통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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