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주 전 회장 조세포탈 벌금 ‘절반’ 감경
법원, 대주 전 회장 조세포탈 벌금 ‘절반’ 감경
  • 강성관 기자
  • 승인 2010.01.2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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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시인한 것이 자수라고?…봐주기 위한 궤변”
2심, ‘징역 2년6월 벌금 254억’선고…“역시나 솜방망이” 논란


검찰의 구형과 1심 재판부 선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허재호(66) 대주그룹 전 회장에 대한 2심 재판부의 선고를 두고도 “봐주기식 선고”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21일 오후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장병우)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했다.

법원, 허 전 회장측 ‘선고유예’ 요청에 벌금 ‘절반’ 감경

▲ 21일 2심 재판부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해 1심 양형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여 원'을 파기하고 '징역 2년6월에 집유 4년, 벌금 254억 여 원'으로 경감해 선고했다. 이에 대해 솜방방이 판결이라는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 가운데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이가 허 전 회장이다. ⓒ 시민의소리 강성관
허 전 회장측 변호인은 벌금형에 대해 ‘선고유예’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선고유예는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 선고 형량(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여 원)에 비해 벌금을 절반인 254억 여 원으로 감경해 줬다.

재판부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1일 5억 원으로 계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밝혔다. 1일 당 5억 원으로 51일 간 노역장에 유치되면 벌금을 모두 면할 수 있게 된다.

재판부는 “조세포털 액이 508억 원에 이르고 이를 직접 지시해 조세정의 신뢰성을 잃게 했고 자신의 죄를 면하기 위해 관련자에게 허위 진술을 하게 한 점, 업무상 횡령액도 100억 원에 이르는 점은 엄벌해야 마땅하다”면서 “조세포탈과 업무상 횡령한 금액을 개인이 착복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계열사 경영 자금을 사용한 점, 범행 과정이 허위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았고 포탈한 법인세와 가산세 등 818억 원을 모두 납부한 점은 유리한 정황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횡령한 100억 원의 경우 사실상 피고인이 100%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1인 회사라는 점에서 업무상 횡령의 가벌성이 적다”며 “범행 후 부도위기에 있는 대주그룹을 파산절차를 밟지 않고 개인 재산 630억 원 이상을 그룹의 채무변제 등에 사용해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 하는 노력은 성실한 기업인으로 볼 수 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세무당국에 의해 고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를 시인한 것을 당심(1심)은 자수한 상황으로 고려하지 않았지만 자수한 상황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동안 법원이 조세포탈에 대해 가볍게 선고한 사례를 들며 “솜방망이 선고라는 논란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조세포탈과 관련 10억 원 이상일 경우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고 그 금액의 2배에서 5배가지 벌금형을 과세할 수 있다”며 “과거 관행만으로 조세포탈에 대해 가볍게 여길 수 없고 법치국가를 지향하고 있는데 기업인에게 지나치게 가볍게 처벌해서 솜방망이라는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전국 법원의 양형 사례를 볼 때 과거에는 조세포탈에 대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가 상당히 많이 발견됐다”며 “그러나 최근 사례에는 선고유예 사례를 도저히 찾아보지 못했다”며 허 전 회장의 벌금형에 대한 선고유예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과정에서 혐의 시인한 것이 자수? 봐주기 위한 궤변”

특히 재판부는 “벌금이 고액이라고 해서 선고유예를 한다면 벌금이 크면 클수록 선고를 유예하게 될 것이다”며 “이는 포탈 액수가 훨씬 더 많은 조세포탈에 대해 처벌이 더 낮아지는 것으로 세상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와 비슷한 정상 참작 사안을 양형 배경으로 밝혔다. 다만 눈에 띠는 것은 수사 과정에서 허 전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 등을 시인한 것을 ‘자수’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대주건설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후 허 전 회장과 계열사 임원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재판부는 허 전 회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세무 당국의 고발이 없는 상황에서 혐의를 시인했다”는 점을 자수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죄를 피하기 위해 대주건설의 위임전결규정을 변경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을 뿐 아니라 정모씨 등에게 허위 진술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이런 행태를 불리한 정황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런 행태 보다는 ‘혐의를 시인한 행위’ 자체를 ‘자수’라고 판단해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지역 한 법조계 인사는 “일반 국민들에 비해 돈과 권력이 있는 피고인들이 법원으로부터 불공평하게 관용을 받는 판결이다”며 “검찰이 양형을 요청하면서 벌금형에 대해 ‘선고유예’를 요청하고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비난을 샀는데 벌금을 절반이나 경감해 줄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시인한 행위를 어떻게 자수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이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 주기 위한 궤변을 늘어놓은 꼴이다”며 “최근 법원이 미네르바 무죄선고MBC PD수첩 무죄선고 등 불합리하게 기소당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구제해주며 신뢰를 얻고 있는 반면 경제인 등에 대한 판결은 법원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전 회장은 대주건설 전 사장 등과 공모해, 대주주택 계열사 등 주력 계열사 2곳에서 2005년~2006년 연간 매출액의 25%~50%에 이르는 2000억원 상당을 가공계상하는 방식으로 법인세 508억 여 원을 탈세하고 100억 여 원에 이르는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허 전 회장에 대해 벌금 1000억 여 원을 구형하면서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선고유예’를 요청했고 1심 재판부는 벌금 508억 여 원을 선고하며서 선고유예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는 “구속영장 까지 청구한 검찰이 부담을 이유로 선고유예를 요청하고 재판부는 통상 조세포탈의 경우 그 금액의 2배에서 5배까지 벌금형을 부과하는데 이례적인 판결이다”며 “검찰과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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