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협해지 64년만 초유의 일
단협해지 64년만 초유의 일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12.01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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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800명 직위해제…182명 고소·고발
단체협약 171개 가운데 120개 개정·삭제요구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6일째 계속되고 있다. 철도공사가 지난달 24일 팩스를 통해 단체협약 해지를 기습적으로 통보한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 광주·전남·북 철도노동자 1,500여명은 지난 30일 오후 광주역 광장에서 ‘제2차 호남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철도공사는 이날 오후 교섭에서 기존안보다 전면 후퇴한 안을 제시하고 노조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했다. 결국 교섭은 결렬됐고 사측은 이를 빌미로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철도노조는 최대한 교섭을 통해 해결을 보자는 입장이었지만 결국은 단협 해지를 위해 들러리만 서준 꼴이 됐다.

철도노조는 “공사의 태도가 지금까지 진행된 교섭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며 “공사의 단협 해지가 의도된 수순이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역사상 단체협약이 해지된 것은 6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철도공사는 단협 해지를 통보한 다음날인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철도노조의 임·단협 요구안 수용불가’를 주장하며 사실상 백기항복을 요구했다. 또 철도노조가 쟁의행위에 들어갈 경우 불법으로 간주해 개인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도 놨다.

▲ 조종철 호남지역 쟁의대책위원장은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와 단체협약 해지를 철회해야 한다”며 “그 이전에 파업철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철도노조 역시 강력 반발하며 전면대응 방침을 밝혔다. 철도공사의 단협 해지가 기존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고 민주노조를 말살시키려는 중대한 책동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 것.

철도노조는 다음날인 26일 새벽 4시와 오전 9시를 기해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철도노조는 파업에 들어가면서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전체 2만5천여 명의 조합원 중 필수유지업무 대상자 1만여 명은 제외시켰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지금까지 현장간부 등 800여명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하고 노조간부 182명을 고소 고발했다. 전에 없는 신속한 조치였다.

철도노조는 “사측이 교섭회피와 징계위협 등으로 조합원을 협박하면서 문제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고 현장 중간관리자들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업무복귀 지시서를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철도노조는 10월21일부터 23일까지 3일 동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17,877명이 찬성하는 등 76.85%의 찬성율로 파업을 가결했다.

 

- 2000여명 신규채용 약속 유야무야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지난달 29일 ‘공공부문 기관장 워크숍’ 자리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침을 시사했다. 2012년까지 변형근로제를 도입하고 차량과 시설관리업무의 분사와 외주화 확대, 열차 및 역 운영 구조조정 추진 등이 주요내용이었다. 철도 전 분야에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하겠다는 의미다.

 

▲ 호남지역 철도노동자들이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단협해지를 규탄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단협해지라는 무리수를 둬가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철도공사 노사의 임금과 관련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성과성 연봉제와 정년 연장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철도공사는 일단 3급 이상을 먼저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철도공사가 임금체계를 전면 개악해 철도직원 전체를 경쟁의 장으로 내모는 성과성 연봉제를 도입하고 55세부터 점차적으로 임금을 삭감해 정년인 58세까지 최대 30%의 임금을 삭감하는 기형적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철도공사는 또 현재 171개 단체협약 가운데 120개 항목의 삭제 혹은 개정을 요구하며 그 핵심내용을 28개로 간추려 제시했다.

주요내용으로는 비연고지 전출허용, 적정인력확보와 정원유지·인원감축 협의 조항 등의 삭제와 조합전임자 축소와·무급화, 노동조건 변경, 근무형태 변경 등이 올라 있다. 이외에도  근속승진제·장기근속휴가·퇴직휴가 등의 삭제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가 단체협약 171개 조항 중 120개를 개악하려고 하는 등 철도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근무조건까지 유린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KTX 2단계 개통 등 신규사업 증가에 따라 2000여명의 정원을 증원하고 신규 채용하겠다는 약속도 ‘정부승인’을 이유로 유야무야 될 판이다. 철도공사는 지난 3월 정원증원과 신규채용을 약속하며 5115명의 정원을 감축했었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가 신규 사업에 필요한 인원을 기존 직원의 전환배치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철도공사가 비연고지 전출을 포함해 직종을 파괴한 전환배치 등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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