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사죄 없이 화해하자구요?
반성과 사죄 없이 화해하자구요?
  • 조영임
  • 승인 2009.11.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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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광주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지난 11월 11일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서는 일본제국주의 침탈 속에서 강제로 끌려가 미쓰비시 자동차에서 강제노동을 당했던 전남지역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모임에서 피해 배상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은 일본재판소에서 이들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자동차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한 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당시 나고야 고등재판소는 “미쓰비시는 한일협정에 의해 소는 기각하지만 양심에 따라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13~15세에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 된 피해자들에게 급여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강제노역을 시킨 자신들의 죄과에 사죄는커녕 최소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미쓰비시가 광주 상무지구에 자동차 전시장을 세우겠다고 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쓰비시는 전시장을 세우기에 앞서 자신들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 사죄하고 그 피해자에 대한 손해 배상을 먼저 하는 책임의식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사죄는커녕 돈벌이 나선 미쓰비시 

또한 얼마 전 뜻있는 국민들의 성금으로 추진해 온 한일인물사전 편찬위원회에서 편찬한 ‘한일인물사전’을 놓고 너무 과혹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제시대 지식인들과 일본제국의 판·검사, 군인으로 종사한 인물들에 대한 친일행각을 기록한 것을 두고 당시 상황에서 민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행동이라는 괴변을 늘어놓는 자들로 시작하여 독립운동을 했다고 하는 인물들 중 일부가 친일행각을 하기도 했던 것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이야기하는 것이 화해· 화합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큰 틀에서 포용하자는 주장들이다.

우리는 여기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과거를 잊고 화해를 통해 발전적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해야 과거가 잊어지는가? 피해자만 그냥 없었던 일로 생각하면 잊어지는가? 국민들이 일제시대의 상처를 그냥 없었던 일로 하면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는가? 아무런 기준도 없이 그 시대 상황에서 어쩔 수없이 선택한 일이라고 변명하면 잊어지는가?

진정한 화해·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 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죄과를 저지른 가해자(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까지)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다.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당연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화해 앞서 성찰과 반성이 먼저

그러나 우리는 화해·화합이라는 말을 앞세우면서 과거의 행위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 그리고 책임을 지는 것은 몹시 두려워한다. 특히 역사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관대한 나머지 가해자가 화해를 주도하는 것도 보아 넘겨준다. 이는 일상 생활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반성할 줄 모르는 문화, 사과를 할 줄 모르는 분위기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우리는 진실로 화해·화합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그 죄를 저지른 책임있는 이의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자세, 그리고 책임지는 자세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과 친일행위를 한 이의 후손이 남긴 말을 기억하자. 그는 독립운동을 했던 부친의 행적과 친일행위를 했던 행적을 같이 인정하면서 자식으로서 사죄한다고 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부친 본인이 국민 앞에 사죄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모든 일에서 진정 매듭을 짓고 화해하는 길은 잘못을 한 자가 진실로 책임지는 자세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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