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석재, 피해주민 100명 고발”
“담양석재, 피해주민 100명 고발”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11.1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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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숙 무정면 쇄석기반대 대책위원장

“업체 절차적 하자 다 밝혔는데 헌재결정처럼 될까 우려”
“아직까지 단 한 명도 항복하지 않은 마을주민들 고맙다”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판결 때문에 우려된다.”

이재숙 위원장은 헌재결정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최근 담양군을 상대로 담양석재산업의 공장업종변경 승인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다 잡은 고기를 놓칠까 걱정이 돼서다. 미디어법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고도 합헌결정을 내린 헌재의 결정처럼 이번 재판에서 그런 결과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이긴다는 자신감을 가졌는데 헌재판결이 이상하게 나와 패소할까봐 두렵다. 특히 담양석재산업이 재판정에서까지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이재숙 위원장이 지난 2월 군청, 업체, 주민 간담회 자리에서 쇄석기 불법 가동에 대해 따져 묻고 있다.

담양석재는 지금도 담양군 무정면 안평리에 쇄석기 8대를 설치하고 덕곡리 채석장에서 원석을 반입해 부순 다음 건축용 골재로 판매하고 있다. 서류상으로 쇄석기는 덕곡리 토석채취장에 있지만 실제로 안평리에 설치된 것이다. 법대로라면 쇄석기는 덕곡리 토석채취장에 있어야 한다.

“당초 쇄석기는 무정면 덕곡리 토석채취장에 설치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자 안평리 부지에 공장을 증축한 뒤 쇄석기를 설치한 것이다.”

현재 안평리 부지는 레미콘 제조를 위한 공장으로 등록돼 있다. 이곳에 공장을 증축하기 위해서는 담양군수에게 공장설립 승인(업종추가)을 얻어야 하는데도 담양석재는 일체의 절차를 무시하고 공장을 가동했다.

“안평리 부지에는 원래 레미콘 공장이 있었다. 담양석재가 지난해 2월 레미콘 시설을 교체한다는 명분으로 모두 철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레미콘 시설물을 교체하거나 가동한 사실이 전혀 없다.”

담양석재는 주민들이 소음·진동과 분진에 따른 피해를 호소해도 막무가내였다. 산지관리법과 골재채취법, 소음·진동규제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지만 쇄석기의 불법가동은 멈추지 않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담양석재는 올 2월 ‘환경오염 저감방안 및 세부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성실이행을 조건으로 3월6일 담양군에서 공장업종변경(업종추가) 승인을 받았다. 레미콘 제조와 이를 위한 부대시설로 업종을 변경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9월말까지 레미콘 제조업 및 비금속광물 분쇄물 생산업으로 변경하고 레미콘 시설을 보수하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안하고 있다. 레미콘 업종전환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담양석재는 2010년까지 1년을 연장한 뒤 보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쇄석 골재업이냐 비금속광물 분쇄업이냐도 논란거리다.

“담양석재는 형사재판에서 안평리 공장이 쇄석 골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군청서류나 변호사 소장, 판결문에는 비금속광물 분쇄업으로 나와 있다. 안평리에 설치한 쇄석기가 산지법 적용을 받아 쇄석골재업 업종변경을 할 수 없게 되자 비금속광물 분쇄업으로 신청한 것이다.”

비금속광물 분쇄업은 채광·채석활동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구입한 특정 산업용 비금속광물을 분쇄·마쇄하거나 기타 가공하는 제조업이다. 그런데 담양석재는 덕곡리에서 직접 채굴한 화강암과 보통암을 안평리에서 분쇄하는 건설용 쇄석 생산업을 하고 있어 광업에 해당된다. 명백한 편법이다. 그 때문에 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2일 담양석재의 공장업종변경 승인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낸데 이어 5일에는 형사재판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담양석재는 피해 인접부락 주민 700명 가운데 100명을 고발했다. 그 중 20명은 100만원에서 수십만원에 이르기 까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 5개 마을 주민대표 5명에게 2억3천만 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해 놓은 상태다. 심지어는 대책위 블로그 운영자까지 고발했다.

“70~80세 할머니들이 법정에 불려 다니고 있다. 담양석재가 고발과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명도 항복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이 고맙다.”

또 한 가지 의아한 사실이 있다. 담양석재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데도 약식명령으로 100만원의 벌금부과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담양석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5개월 동안 무려 15억7915만8200원 상당의 골재를 생산·판매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1년 동안 불법가동으로 인한 매출은 두 배가 넘을 것이다. 그런데도 벌금이 1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주민 20여명에게 100만원에서 수십만 원의 벌금 약식명령을 내린 것과 비교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즘 들어서는 담양군 경제과장의 협상주문이 부쩍 늘고 있지만 담양석재의 태도는 여전히 안하무인이다.

“대화가 돼야 협상을 할 것이 아닌가. 담양석재는 주민들이 불법을 저질렀으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주민과 수없이 합의하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단 한번 도 주민들을 인간으로 대한 적이 없다.”

이 위원장은 승인취소 소송에서 승리하면 2008년 8월26일부터 시작한 싸움을 정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녹록치 않다.

“싸움이 장기화되다보니 전망이 잘 안 보인다. 현재 다섯 개 부락이 남았다. 하마터면 집회장소도 뺏길 뻔했다. 다행이 일인시위로 모면했다. 젊은 사람들이 자꾸 협상으로 끝내려 하지만 노인 분들이 더 단호하다. 승인취소 소송에서 이기면 다행이다. 승소하면 집회를 해산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에게 이제 ‘위원장’이라는 호칭은 전혀 낯설지 않다. 할머니들과 남자들이 아줌마라는 호칭에서 이제 깍듯이 ‘위원장’님으로 모시기 때문이다. 어느 덧 깊은 신뢰가 형성된 것이다.

대책위는 지난 3월6일부터 매주 월, 수, 금 세 차례 담양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다시는 평범하고 조용한 생활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과 “법이 무조건 자신의 편인 것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막나가지 않도록 진실과 정의의 지킴이로써 법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기대하는 소박한 소망에 법원이 어떻게 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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