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여 살지만 비굴해지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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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09.14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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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자화상 그린 영화<황금시대>
10일 광주극장 개봉

▲ <동전을 모으는 소년> 권종관.

돈, 돈, 돈.

돈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돈 때문에 울고, 돈 때문에 죽고 어쩌면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희극처럼 보이는 사회. 살아가면서 어느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돈’이라는 녀석을 두고 10명의 감독이 개성 넘치는 시각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2009년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화제가 됐던 영화 <황금시대>는 윤성호·김성호·권종관·이송희일·양해훈·김영남 등 젊은 감독 10명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다.

◆자본주의사회 경쾌 발랄한 초상

영화 <황금시대>는 속물주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초상을 발랄하고 경쾌하게 그린다. 무거운 상념과 신랄한 비판 대신 다양한 장르와 화법으로 자본에 대한 현실의 고통과 절망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여유와 웃음을 던져준다. 그뿐 아니라 때론 헛웃음과 섬뜩함을 자아내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하는 단서도 제공한다.

오달수·박원상·임원희·소유진·조은지 등 충무로 스타가 가세해 한층 깊이를 더했다. 영화에 나타난 우리 시대 돈의 풍속도는 어떤 모습일까?

이송희일 감독의 <불안>은 연기파 박원상과 박미현이 호흡을 맞춰 돈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부부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출하고,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은 52주 연속 로또 1등에 당첨되어 사회적 이슈가 된 전직 고시원 총무 임경업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이다. 주인공 임원희 외에도 진중권, ‘헤딩라인뉴스’의 이명선 아나운서 등 카메오들이 총출동해 폭소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황금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인 김영남 감독의 <백 개의 못, 사슴의 뿔>은 개성파 연기자 오달수와 조은지가 각각 폐업직전의 공장주와 밀린 월급을 받으려는 직원으로 출연해 유쾌한 수다 속에 특별한 여운과 깊이를 남겨준다.

◆감독들이 얘기하는 ‘돈’

10명의 전도유망한 젊은 감독들이 영화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돈’의 대한 감독들의 짧은 단상을 통해 들여다보자.

“‘대한민국’ 이라는 거대한 환상과 서사를 돈 타령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사람 쥐어박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지레 예민해 할까봐 대놓고 과장된 설정을 해봤다. 그냥 한 번 웃고 말자는 게 아니라, 이 우둔한 연쇄작용의 못나고 못된 원리에 대해 우리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환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윤성호 감독)

“천박한 자본주의 아래 진짜로 못된 놈들은 끈질기게 살아남는데 무고한 철거민이 불에 타 죽었다. 참 세상이 시트콤 같다. 도대체 원흉이 무엇일까? 원흉을 추적해보니 결국 맨 꼭대기에 돈이 있더라. 이제 와서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엔 열 받고, 그렇다고 공명심을 앞세워 나서기엔 끈기가 없을 거 같고. 오늘도 난 여전히 이렇게 저렇게 비비적거린다. 거기에 하나만 추가하자. 영화를 만들자.” (양해훈 감독)

“‘돈’이라는 주제로 고민하던 중에 한 기사에 눈이 갔다. 고교동창 토막살해. 친구의 상습적인 구타에 앙심을 품고 살해한 뒤 인근의 철물점에서 도구를 구입, 시신을 토막 내 근처 모텔과 주차장에 버린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끔찍한 뉴스였다. 생활에 꼭 필요한 도구들이지만, 끔찍한 살해도구가 될 수 있는 연장들이 가득한 철물점. 매력적이지만 뭔가 불길한 사연을 가진 듯한 여자의 모습. 피가 묻어 있는 찝찝한 지폐. 나는 이런 양면성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김은경 감독)

“몇 푼 안 되는 담뱃값이 돌고 돌아 어떤 값으로 되돌아오며, 그 값을 누가 어떻게 치르게 되는지 똑똑히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담으려 했다. 여중생, 노숙자, 기자는 번갈아 약자 혹은 강자 입장에 처해 본다. 모두 나의 생존을 위한 짓이었다라고 변명할 뿐이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돈의 권력 안에서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씁쓸함을 전하고 싶다.” (남다정 감독)

영화<황금시대>는 현재 광주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문의전화는 062)224-5858,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cinemagwangju.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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