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자본은 경영실패 책임 전가 말라”
“금호자본은 경영실패 책임 전가 말라”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8.26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호타이어 노사 ‘파업-직장폐쇄’ 평행선
노조 수정양보안 제시…사측 7개안 고수
▲금호타이어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사측은 지난 25일 새벽 4시 직장폐쇄를 단행한데 이어 같은날 속개된 노사 교섭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쌍용자동차 전철 되밟나.

3개월째 임단협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금호타이어 사측이 25일 새벽 4시를 기해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한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 속개된 노사교섭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후 3시부터 광주공장 운동장에서 광주·곡성·평택공장 전 조합원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26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5월11일부터 임단협 협상에 들어가 20차례의 본 교섭과 수차례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6월25일 이후 파업과 부분파업, 태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협상에서 2009년 임금동결과 성과급 유보 등을 뼈대로 한 수정양보안을 제시했지만 기존 7개 요구안 수용을 고수한 사측의 거부로 임·단협 타결이 무산됐다.

노조 측이 제시한 수정양보안에는 ▲2009년 임금동결 및 정기승호 적용 ▲ 2008년 성과급 삭제 및 2009년 성과급 2010년 경영실적 평가 후 노사협의회 논의·확정 ▲ 실질임금 하락 및 무노동·무임금 보전방안 등이 담겼다.

반면 사측은 ▲2010년까지 기본급 동결 및 정기승호 1년 보류 ▲2008년 성과급 지급 불과 및 2009년 이후 국내공장 경영실적에 따른 지급기준 마련 ▲정원 재조정 및 여력인원 전환배치 ▲품질향상 ▲2010년까지 각종 복지수당 중단 등 제도·관행개선 ▲물량 수준별 무급휴직 실시 등 일자리 나누기 ▲ 6개 요구안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706명 구조조정 실시의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측은 “지회의 수정안 제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 한다”고 하면서도 “무노동 무임금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철칙이며 현금성 보전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대폭적인 수정양보안을 거부하면서 정리해고를 통한 비용절감과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수순을 밟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제 노조는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고용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다음달 2일 차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27일부터는 쟁의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사측도 이 기간동안 한시적으로 직장폐쇄를 풀기로 했다. 그 때문에 26일 제21차 교섭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앞서 사측은 25일 예정된 20차 본 교섭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733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한 뒤 무리하게 직장폐쇄를 단행해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오후 2시30분 금호타이어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철회’와 ‘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강승철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금호자본이 광주 땅에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몰아오고 있다”며 “사측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면 전체노동자와 지역시민사회진영이 총력투쟁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호타이어지회에서 발행한 직장폐쇄에 따른 긴급 지침 안내문.
심종섭 금속노조광주전남지부장도 “자본이 부실경영과 신규투자를 하지 않아 경영이 어려워졌는데도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733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한다면 제2, 제3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석 금호타이어 지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해 세계경제 위기 때 휴·연근 전면중단 등 고통분담 노력을 진행하면서 임금총액의 25% 삭감을 감내해왔다”며 “그런데도 돌아온 것은 706명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뿐이었다”고 사측의 조치를 비판했다.

고 지회장은 또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계열사 확장과 해외 타이어 공장증설에 따른 금융비용을 노동자들의 임금삭감과 복지축소로 전가시키고 있다”며 “금호자본의 야비한 책임전가와 노조분열탄압 정책에 맞서 단 1명의 정리해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기자회견 직후 금호타이어 지회는 광주공장 운동장에서 출정식을 한 뒤 사내로 진입해 항의규탄집회를 계속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문을 막아선 일반직 사원들과 노조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조성됐으나 사측이 한발 물러나면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지난 1994년에도 조합원들이 공장을 점거하자 직장폐쇄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 직장폐쇄조치는 ‘조건부 폐쇄’로 노조가 쟁의행위를 중단하면 사측은 즉각 공장을 재가동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