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사업주 ‘도둑심보’
시내버스 사업주 ‘도둑심보’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8.24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식시간 줄여 토요일·공휴일 감차 운행
부족인원 충원 않아 노동강도 살인적

시내버스 이용승객치고 도착 지연이나 콩나물시루 같은 현실에 짜증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껏 애먼 운전자에게 화풀이를 했던 승객이 있다면 앞으로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운전원보다 시내버스 사업주의 ‘도둑심보’가 근본원인이었다.

▲ 운전원들은 1회 운행하면 17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는 휴식시간을 5분으로 줄여버린다. 줄어든 휴식시간은 고스란히 22대로 24대를 운행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1980년대 광주시내버스 운행대수는 933대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현재의 운행차량은 900대로 줄어들었다. 대구시 시내버스 운행차량 1,561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운행구간도 더 확대되고 교통체증도 심해졌는데 차량을 줄일만한 무슨 신통방통한 재주가 있었을까. 그 마법의 비밀은 운전원의 노동 강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내버스 운행시간표를 보면 요지경이 따로 없다. 정상시간표, 공휴일 시간표, 1~3주 격주 토요일 시간표, 방학시간표, 방학 중 공휴일 시간표 등 메뉴도 가지가지다. 그래서 운전원들은 기본시간표만 3개를 가지고 다닌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기본적으로 감차한다. 이를 테면 원래 24대가 배차된 노선에 22대만 운행시키는 방식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운전원에게 돌아가야 할 휴식시간을 착취함으로써 가능하다.

운전원들은 1회 운행하면 17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는 휴식시간을 5분으로 줄여버린다. 줄어든 휴식시간은 고스란히 22대로 24대를 운행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사업주들이 감차운행을 강요하는 것은 순전히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다. 현재 인원으로 정상운행을 했다간 운전원들에게 휴무기간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토요격주와 공휴일 시간표에 따라 운행하면 40여명의 휴무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4~5대 배차된 노선에 차 1대를 빼서 쉬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28번 노선은 처음 30대가 배정됐다가 지금은 26대만 운영되고 있다. 운전원들의 노동강도를 높여 쥐어 짠 수익은 고스란히 사업주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사업주가 부족한 인원은 채용하지 않고 감차운행만 강요한 탓에 이래저래 운전원들만 죽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내버스 한 운전원은 “대중교통이 시민편의성을 배제하고 적자논리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공영제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