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증가의 마술?
취업자 수 증가의 마술?
  • 나금주
  • 승인 2009.07.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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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금주 참여자치21 운영위원

최근 재미있는 통계조사가 발표되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보건·복지 서비스 일자리 확대와 경기침체 완화로 전체 취업자 수는 6월 2396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수치로만 본다면 취업자 수가 증가했으니 당연히 반갑고 기쁜 일이어야 할 텐데 뭔가 찜찜하고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믿을 수 없는 통계의 마술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우선은 늘어난 취업자 수의 대부분이 50세 이상의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

또 하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 정부가 새로 신설한 복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인원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보건·사회복지 분야 취업자는 지난해 6월에 비해 16만6000명이 늘어 전체 취업자 수를 증가세로 돌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보건·사회복지 분야의 취업자 수를 분류·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1월에는 55만7000명 수준이었으나, 약 5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 1월 89만9000명 수준이던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쪽의 취업자 수가 반년 만에 10만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취업자 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업자 수는 상대적으로 6월 기준 9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6000명 늘었다. 이는 희망근로프로젝트 신청자 중에 탈락한 사람들이 실업자로 분류되는 바람에 증가한 것이다. 거기에다 경제의 중추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30~40대의 취업자 수는 급감하고 증가한 취업수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고령자라고 한다.

참 아리송하다. 이런 걸 두고 통계의 마술이라고 하는 건지….

고령인구·노인성 질환 증가에 따른 장기요양 의료서비스 증가와 작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인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최근 들어 희망근로, 경과적일자리, 복지도우미, 장애인행정도우미, 장애아돌보미, 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노인돌보미, 가사·간병서비스, 산모·신생아도우미, 장애아동재활치료사, 직장체험, 청년일자리 등 용어조차 생소한 수많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렇지만 어찌된 일인지 새로운 일자리에 사회복지관련 전문직이 정규직으로 채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꼴이 되었다.

비정규직 줄이고 정규직 늘려야

문제는 이런 비정규직의 확산이 결코 사회복지현장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다는 거다.

예를 들면, 우선 비정규직의 근무기간이 짧아 자꾸 바뀌다 보니 불가피하게 서비스이용자들이 고스란히 피해(새로 적응해야 하며, 업무 파악하다 보면 그만두는)를 입게 된다. 심지어는 일부 구직자들은 철새처럼 필요한 교육만 받고 비정규직일자리 중에서도 근무조건이 좋고 임금이 더 나은 유형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복지현장에서는 수시로 담당인력이 바뀌고 새로 충원되는 인력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적응해서 일 할만 하면 또다시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요컨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단기간의 취업자 수 증가나 불안한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 아니라, 당장은 취업률이 낮거나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누군가 그랬다지 아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선량한 곳이고, 희망찬 곳이라고 말이다.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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