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꿈꾸는 푸른 세상
기차에서 꿈꾸는 푸른 세상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5.2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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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경 (사)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남광주역 기차. 근대는 기차와 함께 왔다. 대신 날것 그대로의 전라도 속살을 싣고 갔다. 그래서 남광주역에 기차는 우리에게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는다. 사람들은 그 기차에 삶의 애환을 담았고, 그 슬픔은 그대로 우리지역 역사가 됐다. 그리고 새천년 벽두 눈물을 영원히 머금을 줄 알았던 기차는 우리 곁을 떠났다. 

푸른길은 시민들 삶·문화 공간

▲ 송혜경 (사)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지난해 남광주역 기차가 돌아왔다. ‘푸른길 기차’는 근대라는 낡음 대신 생태·문화·공동체란 새로움을 싣고 왔다. 사람들을 이동시키던 운송수단의 기능은 상실했다. 대신 사람들의 생각을 친환경으로 옮기는 의미 매개체가 돼서왔다.

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송혜경 (사)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25)가 활동하는 공간이 바로 푸른길 기차다. “요즘 기후변화·온난화 등 환경이 이슈고, 이런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곳이 ‘폐선부지 광주푸른길 공원’이다”는 그는 “도시 안에서 나무·꽃을 가꿔, 시민들이 푸른길에서 삶과 문화를 창조·공유하도록 하는 곳이 푸른길 기차다“고 소개한다.

도시숲 관련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실천하는 단체를 보듬은 애환의 기차는 푸른 희망의 매신저로 거듭나고 있었다.    

디자인 재능 생태·환경에 접목


정밀하고, 딱딱한 제품디자인 보다는 손으로 만드는 공예·어린이 교육·전시에 관심 있었던 송 간사. 2007년 졸업 후 취업을 잠시 미룬 그는 (사)시민문화회의의 문화컨듀서 과정을 들었다. 그 속에서 ‘온새미로다울길’을 체험했고, ‘쪼개지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길’을 뜻하는 이 프로젝트를 거치며 자신의 지향을 확인했다.

푸른길 기차가 그 때 그의 눈에 들어왔다. 환경운동연합 인턴을 거쳐 푸른길 기차에서 지난해 3월부터 활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방향을 설정할 것을 권유하는 주위의 조언도 그의 결심을 도왔다.  

현재 송 간사가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고 있는 푸른길은 광주역-남광주역-동성중까지 조성되고 있는 좁고 길다란 공원이다. 지난 2000년 시민단체·시민들의 노력으로 시로부터 친환경·공공복지 용도로 활용하기로 약속받은 철도 폐선부지에 2003년부터 조성공사가 시작됐다.

‘푸른길100만그루헌수운동’, ‘1천개의 이야기가 있는 마을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생태·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며 폐선부지를 푸르게 물들였다. 이후 많은 노력들이 더해지며 푸른길 내에 많은 광장과 기념정원도 생겼다.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도시전체 푸른 공원 만들 터”


1년 2개월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송 간사는 교육·전시·상담 등에 주력했다. 푸른길이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삶과 문화의 일부분이 되도록 공들였다. 푸른길과 접목된 생태문화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면서 이를 실천한 송 간사에게 지난해 12월 ‘에코크리스마스’ 전시회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 송혜경 푸른길운동본부 간사는 기차에서 푸른 세상을 꿈꾼다. 점에서 시작한 푸른길이 선으로, 면으로, 궁극적으로는 도시전체가 공원이 되는 날을 위해 오늘도 분주하기만 하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송 간사가 발로 뛰며 준비한 에코크리스마스 전시회. ⓒ푸른길운동본부.

생태를 컨셉으로 한 전시회의 기획·조직·전시를 비롯해 큐레이터까지 도맡은 수고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와 느낌을 가지고 돌아가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푸른길 기차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공간이기에 좋다”고 말하는 송 간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는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자신의 디자인 능력을 접목해 푸른길 관련 문화·캐릭터 상품도 개발하고 싶고, 시민들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점에서 시작한 공원을 선으로, 또 그 선을 면으로, 나아가 도시전체가 공원이 되는 날을 고대하는 송 간사.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으로 자신을 다그치며 푸른 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그와 기차는 남광주역 내에 고정돼 있지 않았다. 푸른 희망을 시민들에게 물들이며 도심 한복판을 푸르게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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