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때문에 산업전선 뛰어든 대학생들
등록금 때문에 산업전선 뛰어든 대학생들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5.15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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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광주지역 대학생 1만여 명 육박

대학 8학기 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아 생활했던 편가연(가명.26.여)씨. 학기 중 매일 6시간씩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광고를 전공했던 그녀는 졸업 성적도 4.3으로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대·외적인 활동이 필요한 전공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집안형편이 많이 어려웠고 자취를 했으니까 학교 다니면서 생활비는 물론 학비까지 벌어야 했어요. 수업 끝나면 소모임 활동이나 공모전 등 다양한 경험이 필요했지만 할 수 없었죠.”

편씨는 전액 무료로 대학을 입학했다. 학기 중에도 성적이 좋아 장학금을 받았다. 하지만 4년 동안 등록금은 3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비해 장학금은 7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7학기 동안 대출받은 돈이 무려 2,000만원.

편씨는 “광고 공부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 당시 학자금을 대출받는 것은 ‘미래의 투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호프집에서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그 투자는 이제 감당 못할 빚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한 해 등록금이 1,000만원을 향해 치솟고 있다. 대학생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등록금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2일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이 조선대에서 가졌던 “등록금을 150만원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의 퍼포먼스 모습.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학업을 중도포기하고 ‘돈벌이’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사립대학 의과계열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을 내달리는 등 학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어려워진 경기에 학자금을 대출하는 광주지역 대학생들이 1만 여명을 육박하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 4년제 대학 중 2009년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은 조선대가 3,293명, 광주대가 920명, 광주여대가 740명이다. 전남대와 호남대의 경우 ‘대학알리미’ 2008년 자료를 토대로 추정하면 각각 2,300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따지면 광주지역만 대략 1만여 명의 대학생들이 ‘채무자’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기 중이나, 방학에 또 휴학을 하면서까지 일을 한다.

휴학 후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조서경(23.여)씨는 “학비를 부모님께만 전가시킬 수 없어 방학 때도 하루 12시간씩 식당에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렇게 해서 200여만 원을 벌면 온전히 대학 등록금에 들어간다”며 “3달을 꼬박 일을 해도 100여만 원은 부모님이 지원해 준다”고 설명했다.

학비는 아니더라도 생활비를 벌기 위한 노력도 있다. 학기 중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지연(23,여)씨도 “물가도 계속 오르고 학비도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집에서 이 모든 것을 지원받는 것이 미안하다”며 “주5일 8시간을 일해 50만원을 벌어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씨는 “공부하면서 일하는 것이 너무 피곤해 때론 학교 가기가 싫어지기도 하고 학교 수업에 들어가도 조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이렇게 대학을 나와서 취업이라도 잘 되면 좋으련만…”이라고 걱정스러워했다.

윤민호 민주노동당 정책실장은 “본질적인 대책은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방법이지만 당장은 어렵다”며 “긴급구호정책의 차원에서라도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만큼은 지자체에서 부담을 해야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과 전북에서 ‘학자금대출이자 지원 조례’가 시행되고 있지만 광주는 요원하다”며 “조례가 제정된다고 대학 환경 등 공부를 위한 기반 조건이 나아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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