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 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 합니다”
  • 이병훈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회장
  • 승인 2009.04.28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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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무사의 절규
“정부 파견법 실효성 없음 인정하라”

단식을 시작한 지 이제 11일째(23일 현재)입니다. 4일 지났습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에 의해 차별시정신청을 한 2명의 비정규직노동자가 실업자가 됐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파견법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금호타이어(주)에 불법파견근로를 한 2명의 비정규직노동자의 위임을 받아 진정과 차별시정신청을 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정부가 파견법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규정이라고 이야기할 때에도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파견근로가 2년이 경과하더라도 직접 고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파견노동자가 차별시정신청을 하면 계약해지나 용역해지로 실업자가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2명의 파견노동자의 위임을 받아 사건을 진행했습니다.

설마 하면서도 그래도 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가 그리고 금호타이어가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법 취지에 따라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의 믿음은 아니 저에 바람은 역시나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7월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불법파견노동을 하고 있는 2명의 비정규직노동자로부터 불법파견에 대한 위임을 받아 진행한 지 9개월이 경과했습니다.

광주지방노동청은 금호타이어에 직접 고용할 것을 지시했으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금호타이어 정규직과의 차별을 시정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도 시정되지 못한 체 차별시정을 신청한 2명의 비정규직노동자에게 4월 20일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해고통지만 있었습니다.

파견법에 의해 불법파견근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직접 고용과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라는 명령은 허공 속에 메아리칠 뿐 2명의 비정규직은 실업자로 전락한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전문가로서 파견법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선의 법이라는 정부의 이야기가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기에 2명의 비정규직에게 억울하더라도 참고 지내라고 이야기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정과 차별시정신청을 하여 결국 실업자로 만들었습니다. 그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

이제 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지금 제가 겪고 있는 단식의 고통보다 몇 백배 몇 천배 더 클 것입니다. 제가 이들에게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을 믿도록 한 것에 비하면 제 단식의 고통은 제가 느끼는 죄책감의 일부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제 정부는 파견법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간착취를 합법적으로 보호하는 사용자만을 위한 법임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사용자만을 위한 정부임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2명의 비정규직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까지 저의 단식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병훈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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