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 새역모와 뉴라이트의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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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4.15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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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했다.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 모임(이하 새역모)과 한국의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9일 새역모가 지유샤(自由社)를 통해 검정 신청한 역사왜곡 교과서를 통과시켰다. 지난 2001년 후소샤(扶桑社)에서 왜곡된 교과서를 발간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내용은 후소샤판를 그대로 베낀 복사본과 진배없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 하면서 창씨개명과 징용의 강제성에는 시치미를 뚝 뗐다. 임나일본부설을 부추기고 천황을 신화의 경지까지 격상시키는 유머 수준의 창작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본정부가 앞장 서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것은 역사왜곡의 배후임을 노골적으로 자인한 것이다. 특히 2005년 우리정부가 시정을 요구했던 내용은 단 한 줄도 수정되지 않은 채 단박에 묵살됐다. 우리 정부는 부랴부랴 유감성명을 발표하고 주일대사관을 통해 항의하는 등 진종일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한편의 쇼가 떠오른 이유는 뭘까?
  
우리 정부가 일본이 작심하고 교과서를 왜곡할 수 있도록 빌미를 준 탓이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역사 학계는 해묵은 ‘좌파-이념’ 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 분란의 중심에는 조·중·동과 한나라당, 뉴라이트를 축으로 하는 삼각동맹이 있었다. 뉴라이트가 문제를 제기하면 조·중·동이 띄우고 한나라당이 지원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3월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은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했다. 출판물은 유관순과 김좌진, 안중근을 ‘체제부정 불순분자’ 혹은 ‘악질 테러분자’로 소개했다. 종군위안부는 ‘자발적인 성 매매업자’로, 김구는 ‘남한의 단독선거를 반대한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헌이 전혀 없는 빈라덴 같은 인물’로 묘사됐다.
  
교육과학기술부도 고교 2·3학년용 역사교과서 50여개 항목에 ‘좌편향’ 딱지를 붙이며 수정을 요구했다. 새역모와 뉴라이트가 근·현대사에서 인식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역사왜곡은 범죄를 재구성하는 행위”라고 했다. 역사교과서 왜곡은 알리바이 조작을 통해 범죄를 은폐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단체가 교과서 왜곡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다. 이들의 마주치는 손뼉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군홧발소리가 자동 연상된다면 너무 과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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