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소통 아쉬운 2015하계U대회
시민참여·소통 아쉬운 2015하계U대회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4.10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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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경기 상황에 시큰둥한 시민들 반응
“먹고 살기 바빠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나 그런 거 모른당께”
  
‘광주의 희망을 꽃피워’, ‘광주의 꿈은 이루어진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전진’, ‘광주의 최고를 향한 도전이 반드시 이뤄지길.’ 
  

▲ 최고를 향한 2015 광주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 도전을 시민들은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바닥 경기 때문에 시민들은“먹고 살기 바빠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사진은 광주시청 앞에 걸린 U대회 홍보물 앞을 지나는 시민들 모습.
2015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를 위한 화려한 문구들이 길거리에 즐비하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어떨까. 시민들은 한결같이 “경제가 어려워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겠느냐”는 반응이었다. 대학생들만의 체육 축제에 시민 전체가 열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상무지구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이모(66)씨는 U대회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거 한다고 경제가 살것소” 한다. 이씨는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도 신경 안 쓰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대회 보러가지도 않을 것이다”며 “U대회 유치하려고 돈만 많이 들어가고 실제 서민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4일 동안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실사단이 방문하면서 광주시와 2015 하계U대회 유치위원회(이하 유치위원회)는 모든 행정력을 실사단에 집중시켰다.

아울러 시는 실사단 이동경로에 따라 광고물과 노점상을 관리·단속하고, 환경미화에 힘쓰는 등 6대 분야별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서구청은 실사단이 머물렀던 라마다 호텔이 위치한 상무지구 일대에서 전 방위적인 지도·단속을 펼치기도 했다.

라마다 호텔 인근 큰길가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최모(55)씨.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워 장사도 잘 안되는데 얼마 전 공무원들이 와서 ‘FISU 실사단이 온다’며 당분간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 있으라 했다”며 “하루하루 벌어먹기도 고단해 (U대회에 대해) 신경 쓸 겨를도 없는데 알지도 못하는 뭔 대회한다고 호들갑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실사단 와서도 이러는데 실제 대회가 있고 그러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인근 식당에서도 매한가지였다.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0)씨는 “시청 근처라 그런지 ‘누가 온다’, ‘뭔 대회한다’고 하면 주차단속도 심해지고 아파트 근처 1차선 도로인데도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한테 딱지도 끊는다”며 “대회 기간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겠지만 반짝이지 얼마나 경제적 이득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들만의 잔치에 열광할 이유가 있어?”
  
‘U대회 유치를 바란다’는 펼침막을 걸었던 곳도 싸늘한 반응이기는 마찬가지. U대회는 그들에게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이었다.
  
“스포츠 자체에 전혀 관심 없다”고 말하는 김모(56)씨에게 본인이 경영하는 식당 명의로 U대회 유치를 기원하는 펼침막을 건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김씨는 “나와는 상관이 없지만 어느 누군가는 도움이 될 것이다”며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지만 자치구에서 홍보를 요청해와 걸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만사 제치고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은 소모적인 것이다”며 “더구나 대학생들의 체육대회인데 일반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들만의 잔치에 열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펼침막을 건 다른 두 곳도 대동소이. “광주에 U대회 유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걸게 된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A어린이집 원장 심모(59)씨는 “대학생들이 방문해서 광주의 5·18에 대해 알고 인권·평화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져간다면 성과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현재 경제가 어려워 난리다”며 “(U대회를 통한) 이미지 제고가 광주 경제를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도록 하지는 못할 것이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B병원 관계자 정모(51)씨도 “경제가 어려워 일단 내 배가 고파 대학생들의 친목도모에 관심이 없다”며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것이 아니고는 세계의 이목도 집중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작 대학생들은 어떤 반응일까. 이들에게도 U대회는 체육을 전공하는 등 관련학과 학생들만의 축제일뿐이었다. 대학 4학년인 최모(조선대·23·여)씨는 “취직 준비 때문에 바쁘다”며 오히려 “그(U대회)게 뭐냐”고 되물었다.
  
대학원생 2학년 이모(27·광주대)씨는 “대회를 개최해 일부 상권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건 잠깐이다”며 “장기적으로 경제도 어려워져 취업도 하늘에 별 따기인데 단기적인 수익만 바라보지 말고 진정 대졸자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열중해 달라”고 되레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반응은 U대회 유치 홍보 펼침막이 표현하고 있는 ‘광주의’ 희망과 꿈과는 상반된 견해를 나타냈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은 오히려 “단기적이고 한정적인 반짝 이벤트가 아니라 내실 있고 실속 있는 장기적인 시 정책을 펼쳐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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