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묵은 김치에서 배우기
전라도 묵은 김치에서 배우기
  • 채복희
  • 승인 2009.01.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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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결국 우리의 음식 김치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하나의 코드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지리적, 공간적 중심에는 한국의 전라도가 있다. 이미 연구가들에 의해 다각도로 증명되고 있다시피 김치는 현재를 살아가는 지구인간들을 사로잡는 음식이 되기에 부족함이 하나 없는 음식이다.
  
지나치게 단언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난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하루 만에 지구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음식도 이제는 말로만 듣거나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일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미각은 보다 다양해지면서 생소한 맛을 쉽게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빠른 이동은 각 지역 간 폐쇄적 전통성을 깨뜨리는데 가장 기여했으나 음식이란 그 중에서도 가장 고집스러운 분야에 속해 있으며, 김치의 세계성 획득은 빵과 치즈, 회(스시) 등에 비해서도 매우 늦은 편에 속한다.

김치를 맥주안주로 먹는 일본
  
최근 들어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인들의 김치에 대한 인식 변화를 필두로 중국 등 아시아권의 접근, 그리고 고무적인 미국 타임지의 세계 건강식품 선정 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움직임일 것이다. 특히 김치 맛을 알게 된 일본인들은 한국의 김치 하면 입맛을 다신다. 일본 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식품코너에는 한국김치 값이 가장 비싸다. 그들은 건강식품 혹은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김치를 대하고 있고 심지어 맥주 안주에 김치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김치연구가인 순천대 박종철 교수가 이미 현지 취재를 통해 밝힌 바 있고 그는 중국에서도 한국 김치의 높은 명가를 확인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치즈를, 또한 스시를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그것들을 만들어 먹으면서도 결코 모방하지 못하는 독특한 맛들이 있다. 이는 결코 똑같은 맛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식가들은 단순히 ‘김치’만을 먹는 게 아니라 특정한 어느 곳에서 담근 ‘바로 그 김치’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한번만으로 끝날 수 있다. 김치의 진정한 명가는 어느 날 우연히 한번 먹어보고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그 요리에 그 음식이 꼭 필요하게 만들어 최고의 식재료로 자리매김 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일본의 대표음식에 초밥이 있다. 쌀밥에 각종 생선회, 겨자를 얹어낸 초밥은 위에 얹은 생선이 맛있을수록 맛과 값이 동시에 올라가는 특징을 갖는다. 제철에 나는 각종 싱싱한 생선을 사용해 만든 초밥은 서구에서도 고급 일식집에서 맛볼 수 있는 비싼 음식에 속한다. 그런데 초밥과 김치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게 하나 있다. 회와 김치가 맛이 매우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상생 협력 필요한 세계김치연구소
  
얼마 전 우리나라 공중파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유명 사회자인 강호동씨가 회와 김치를 함께 먹으면서 이 사실을 공개했다. 물론 그 전부터 아는 사람도 많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더 다수였으리라 본다. 그런데 나아가 그 사회자 강씨도 잘 모르는 사실 하나가 더 있다.    잘 지은 쌀밥 한 수저에 제철 생선회 한 점, 김치와 된장, 고추, 마늘을 함께 얹어 먹으면 그 어느 생선종류든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있다는 것이다. 어떤 생선이라도 좋다. 겨자를 곁들인 간장, 막걸리식초로 만든 초고추장도 기본양념이다. 단 이때 김치는 막 담은 김치가 아니다. 담근 지 한해가 지난 감칠맛 도는 묵은 김치라야 한다. 잘 숙성된 묵은 김치는 생김치와 달라 독특한 향과 냄새는 남아 있되 은은하며 자극적이지 않고 홍시처럼 붉은 색깔로 말갛게 익어 그 맛이란 천하 일미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광주지역 김치생산업체에 따르면 묵은 김치 시장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한다. 그래서 말인데, 광주와 전남 지방정부가 각각 세계김치연구소 유치를 놓고 약간의 긴장상태에 놓여있다고 해서 걱정이다. 보다 잘 만들고자 하는 선의의 경쟁이리라 보지만, 상생 협력의 정신이 아닌 쓸모없는 경쟁 소모전이 되지 않길 바란다.
  
광주 남구 김치박물관 문제도 차제에 한데 힘을 합해 좀 풀었으면 싶다. 김치란 일개 음식이지만 그 안에 온갖 재료가 섞이는데, 그 양념들이 각자 자신을 드러내면서 섞이지 않고 갈아 부수고 으깬 형체로 변하면서 다른 모든 것들과 평등하게 만난다. 그리하여 그렇게 최상의 맛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그 김치에게서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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