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경제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경제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10.13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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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비관 자살 잇따라·학자금 대출자 증가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때문에 잠자는 것조차 겁난다. 올 겨울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당장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민 경제를 휩쓸고 간 태풍은 기어이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일 광주의 한 원룸창고에서 생을 마감한 주부 이모(27)씨는 “신발이 작아 아프다는데 사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만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개월 전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이혼한 이씨는 7살, 5살 두 자녀와 함께 어렵사리 생활을 꾸려오며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을 생전에 자주 했던 것을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전년 동월대비 5.1%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휘발유, 경유, 등유 등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대비 21.4%가 상승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월급 빼곤 다 올랐다”는 서민들의 한숨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도시거주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제난에 허덕인다면 농민들은 연이은 사료값 상승과 과일값 폭락으로 목을 졸리고 있는 상황. 

최근 전남지역에서는 농민 6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배 값의 폭락과 금값이 된 사료값으로 소에게 줄 사료가 없어 살 길이 막막해지자 이들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5천원이던 비료 값이 2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라도 사료 값이 2배 이상 뛰어 사료가 소를 먹는 상황이 발생해도 정부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본체만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농광주전남연맹은 “희망을 잃고 죽어가는 농민들은 거들떠보지 않은 채 정부는 전국체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지금 당장 어떻게 해결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시행할 의지만 보여줬더라도 극단의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대학가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큰 폭으로 오른 등록금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등록금 대출로 인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된 대학생 수가 올 7월까지 439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학기 학자금 대출건수는 33만 건에 이른다.

대학생 김유리(24)씨는 “학자금 대출 조건도 갈수록 까다로워져 이조차도 쉽지 않다”며 “만만치 않은 학자금 이자 역시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업경제도 휘청거리긴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8월 신설 및 부도법인 동향을 살펴보면 2007년 부도난 회사가 1507개인 반면 2008년 8월까지 1097개 회사가 부도가 난 상황. 

광주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근래 들어 부쩍 어려움을 해소하는 문의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금융 어려움이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자금난에 허덕이면서도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기업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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