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예수 일어나시오
진짜 예수 일어나시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8.02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헌권 목사 (광주NCC인권위원장)

지난달 SBS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은 방송 전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신의 길 인간의 길’ 은 유일신을 믿는 세 종교(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기원을 찾고 이들 종교간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한 프로그램이다.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을 연출한 김종일PD는 다큐 기획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기독교가 모태신앙이다. 사춘기 시절 의문이 생겼다. 잘은 모르지만 뭔가 왜곡돼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PD가 된 후 언젠가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2년 티모시프리크의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을 읽은 후 그 생각이 더 구체화 됐다. 지난해 아프간 피랍사태가 발생하자 종교간 소통과 화해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그리고 “‘예수의 진짜 모습을 스스로 찾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서구의 시각에서 각색된 예수의 모습을 접했다.
  
예수의 참모습 찾는 구도자의 길

마이클 프로스트의 ‘바보 예수’를 통해서 복음서에서 재발견하는 예수의 변혁적인 삶을 신선하게 통찰하고 있다. 시사만화가이자 풍자가인 론 캅이 그린 만화가 있다. 만화 중에 게임 쇼에 출연한 세 명의 경쟁자가 앉아있는 만화다. 그들 모두 턱수염이 있고 머리가 길다.
  
첫 번째 사람은 머리를 단정하게 깍고 턱수염을 잘 정리했다. 그는 앉은키가 크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그 사람은 어머니의 성경책에서 보았던 예수님과 정말 닮아 보인다. 앞에는 ‘개신교의 예수’라고 쓰인 이름표가 있다.
  
두 번째 사람은 누군가에게 맞아서 피투성이다. 두 눈은 어둡고 침울해보인다. 머리에는 푹 눌러 쓴 가시면류관 때문에 흘러내린 핏자국이 얼굴에 남아 있다. 이름표에는 ‘카톨릭의 예수’라고 쓰여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사람은 수염이 텁수룩하고 지저분하다. 키는 작고 못생겼으며 커다란 주먹코를 하고 있다. 눈은 꾀가 많아 보이고 부리부리하다. 야비한 팔레스틴 악당처럼 보인다.

앞에는 ‘역사적 예수’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그 만화의 아래쪽에는 굵은 글씨로 ‘진짜 예수님 일어나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인간은 예수를 교리와 관습, 전통, 기호, 욕망으로 축소되고 왜곡된 ‘박제같은 예수’를 만든다. 하지만 그분의 참모습을 찾아나서는 길이 신앙의 구도자의 모습이 아닌가? 특히 한국의 예수는 미국신학을 영향 받아 근본주의신학에 물든 기독교다.

근본주의는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해석한다. 정치와 종교의 밀착도 두드러진다.
  
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더  위험해

‘신의 길 인간의 길’은 피상적으로 보면 기독교신앙을 흔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험하지도 흔들릴 수도 없다. 정말 위험한 것은 교회의 부패와 타락이다.

또 하나의 정치세력이나 기득권이 되어버린 교회는 미래가 없다. 민중들과 함께 하는 삶의 프락시스(실천)가 없이 예수를 교리와 교회라는 틀에 가두어 두는 한 교회는 소망이 없다.
  
하나님의 사랑을 버리고 정복자의 마음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승리에 도취한 선교에는 십자가도 예수도 없다. 이처럼 예수 없는 교회는 대통령을 만들고 세속권력을 차지한다고 할지라도 자멸의 길이다.

물량주의와 성공주의, 미국식 철학의 실용주의는 성경적인 예수의 모습은 아니다. 정권과 결탁한 종교지도자들을 향해서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다면서 혁명적인 예수의 모습은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고·소·영의 예수가 아니다. 강·부·자의 예수, S라인의 예수도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조롱거리를 만들고 있다.
  
‘신의 길 인간의 길’을 보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SBS에 가서 항의하기 전 다시 한 번 교리 속에 갇힌 시멘트 안에 있는 예수가 아닌 분신한 전태일 가슴속에 있는 작은 예수, 생명권을 생각하면서 어린 여중생이 촛불을 들었던 촛불 속에 예수는 계시지 않는가. 다시 한 번 진짜 예수는 일어나시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