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학생 인권은 공존해야
교권과 학생 인권은 공존해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7.17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휘국(광주광역시교육위원)

지난 달 중순, 우리 지역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전교생들이 아침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운동장에서 시위를 하였다. 그동안 학교생활에서 학생의 인권이 억눌리고 침해·유린당한 것에 대한 반발이 폭발한 것이다.

수업을 거부하고 운동장으로 뛰쳐나온 아이들은 학생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교사의 사과와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였다.

 직접적 도화선이 된 것은 3학년 체험학습 과정에서 일어난 체벌이었지만, 복장, 두발 등 생활지도 규정과 교사들의 지도 방식, 방과 후 학습지도 과정 등에서 벌어진 학생에 대한 체벌, 폭언, 인격 무시와 수치심을 일으키는 언행 등 여러 해 동안 쌓이고 쌓인 불만이 근본 원인이었다.

체벌 등 교사들 지도방식이 원인

 교육청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일부 교사에 대한 징계,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생활지도 규정 개정, 학생 희망에 따른 방과후학습 등을 발표하였다.

이를테면 발등에 불이 붙으니까 급하게 나서서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 준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거부와 시위라는 극단적인 반발이 학생 요구를 관철한 셈이다. 이렇게 극단적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을까?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극단적으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의 인권이 억눌리고 짓밟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교권(교사 인권과 가르칠 권리)에 대한 심각한 도전과 유린을 개탄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는 따질 수도 없고 따질 일도 아니다.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이 소중한 것 이상으로 교권이 소중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생은 지도받아야 할 대상이니까 인권도 당연히 유보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어서 학생 인권은 일상적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억압되고 있다.

아이들은 잘못하면 매를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거나, 매를 맞아야 정신 차린다거나,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질서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라거나 하는 주장이다. 교육적인 체벌은 불가피하다고도 한다.

 이런 주장들은 교사가 절대적으로 올바르고 선하며 학생 지도 과정에서 교사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로 정말 교육적으로만 판단한다는 것과 학생은 체벌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의 의지를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교사도 올바르지 않고 나쁠 수 있고,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늘 아이들과 신경전과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그런 가운데 오해로 인하여 이성을 잃고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자기들이 절대적으로 올바르고 선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반드시 복종하고 따르기를 요구하면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용납하지 못하고 체벌이나 제재로 상황을 주도하려고 한다.

교권 존중, 학생 인권 존중부터

 아이들도 체벌을 통해 반성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체벌에는 반성보다는 반감이 커지며 나아가 모든 체벌에 반발하거나 점점 더 어긋나게 되고, 자유로운 자기표현 욕구나 자기과시 욕구에 따라 행동하면서 교사에게 지지 않고 상황을 주도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수습하기 어려운 사태로 번져서 교권과 학생 인권의 충돌이나 갈등처럼 비친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공존할 수 없나? 그렇지 않다. 공존할 수 있고 공존해야 한다.

 교사가 자기 스스로 절대적으로 옳고 선한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잘 모르거나 오해와 실수도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면 아이들이 조금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너그럽게 용납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도 교사를 더욱 존경한다. 교사가 모르는 것과 오해와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면 교사 권위가 손상되어 교육력이 손상된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할 때 더 신뢰하게 된다고 믿는다.

 학생은 자기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교사, 때로는 엄격하지만 잘못을 용납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 교사,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교사를 존경하고 신뢰한다. 존경하고 신뢰할 때 교권이 확실하게 선다고 믿는다.

 교권이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학생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