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 주지 않고 열매 먹을 수 없다
거름 주지 않고 열매 먹을 수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6.18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정남(여성농민)

요즘은 배 봉지 싸는 일로 온통 바쁘다.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언제 밥 먹었냐 싶게 배가 고프다. 배가 열리기까지 농민은 가지치기에서부터 솎아주기를 거쳐야 제대로 된 배열매가 달린다.

무엇보다 땅이 비옥해야 열매도 달고 튼튼하다. 해서 우리는 배 밭에 겨울마다 거름을 사정없이 부어준다. 거름내고 있으면 동네사람들 지나가며 한마디씩 해댄다. “거름욕심쟁이, 거름낸가?” 솔직히 내가 봐도 거름욕심이 좀 많다. 그러나 확실히 배나무 크는걸 보면, 느낀다. 그 푸른 잎과 윤기 나는 잎들을 보며.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오로지 화학비료만 들입다 뿌려대면서 무조건 수확만 많이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수확하면 할수록 오히려 땅만 피폐해 지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기본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서 무조건 달리기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를 보면 꼭 그런 꼴이다.

소통없는 이명박 정부

경제를 살린다, 잘살게 해준다, 수없이 말은 늘어놨지만 실제로 거리에 나가보면 화딱지가 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국민들 화만 돋우는 능력만 타고 난 것 같다.

이명박식 소통은 대체 무엇인가 궁금할 지경이다. 제발,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요구에 계속 30개월만 주장하면서(그것도 민간자율로!) 광우병 위험물질인 SRM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내장까지 들여온다면서 무슨 소통을 논할 수 있을까! 

재협상이 안 된다고 끝까지 고집하는 저 정부를 보노라면 촛불의 민심을 아직까지 읽지 못하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 같다.

미국은 국내법으로 아예 재협상을 명시하는 법까지 만든다고 추진 중이라는데 한국은 안 된단다, 미국은 국내법으로 재협상을 명시하는데 미국의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나?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대느라 고생들이다. 자동차, 반도체 부분에서의 추가요구를 거들먹거리며 국민에게 협박한다.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데 수출 못해도 되냐? 이러면서 협박한다. 그럼 지금까지 한 수출은 수출이 아니었던가? 오, 더 많은 수출? 그래서 서민이 잘사는가? 속된말로 있는 놈은 돈을 펑펑 쓰고도 쓸데가 없다고 난리다, 바로 투기할 데가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뭘로 설명할 테냐!

시장논리, 목적 돼선 안 돼 

이명박 정부는 모든 걸 시장논리로 본다. 모든 걸 민영화 하는 걸로 귀결시킨다. 차라리 헌법부터 바꿔라.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바꿔라. 모든 권리는 시장을 쥐고 있는 자로부터 나온다.

그러니 국민들은 찍소리 말아라. 이렇게 바꿔야 맞는 것 아닌가? 내 자식이 맘에 안 든다고 남의 자식을 사올 수 있는가? 시장논리는 결국 사람이 더 윤택하게 잘살고자 하는 방편일 뿐이다. 수단일 뿐이다.

결코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목적이 돈을 무조건 많이 버는 게 목적인가?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시장논리로 말할게 따로 있고 민영화 할게 따로 있는 것이다.

땅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는데 물만 뿌리고 있다. 오로지 시민들의 촛불로 거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