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는 “마조히즘과 사디즘 관계”
한미관계는 “마조히즘과 사디즘 관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6.0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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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학술상 수상한 리영희 전 교수

▲ 역사의 지팡이-왜곡을 비판하고, 절름발이 역사를 한 평생 거부했던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지난 5일 전남대에서 제2회 후광 김대중학술상을 수상하고, 150여명의 청중 앞에서 특별강의를 하고 있다. 교수와 함께해 온 지팡이가 유독 곧아 보인다.
지난 5일 전남대 국제회의동에서 150여 명의 전남대 학생과 교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특별강좌에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79)는 지금까지 한미관계를 “마조히즘과 사디즘”으로 규정했다.

전남대가 제정한 제2회 ‘후광 김대중 학술상’을 수상한 직후 개최된 특별강연과 기자간담회에서 리 교수는 지금까지 한미관계를 뒤돌아보고,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불거진 어수선한 시국상황과 관련 이명박 정부의 태도와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 등 소회를 밝혔다.

▲한미는 마조히즘과 사디즘 관계- 리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마조히즘과 사디즘에 비유하여 “변태적”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나라 권력은 미국 지배집단의 요구대로 따라야 한다는 마조히즘에 빠져있어,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돼있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속국처럼 행동한다”며 “미국은 우리나라에 모욕을 주고, 독립국가 국민에게는 가당치 않은 대접을 하는 등 사디즘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예를 들어 노예해방 전 흑인이 미국사회에서 겪었던 상태와 처지를 우리 국민이 그대로 당하고 있다는 것.

쇠고기 수입으로 불거진 현 시국상황도 연장선이라고 리 교수는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일부 지배층들은 들끓는 여론을 보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미국은 문제가 없고, 한국만 문제라는 논리를 펼친다”며 “이는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의 건강과 이익, 복지보다는 미국의 이익과 권력자들에게 아첨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는 정부의 ‘굴욕외교’임을 천명했다.

▲주한미군이 한국안보를 보장?- 우리국민이 빠져있는 중대한 함정중 하나는 ‘미국이 없으면 못 산다’는 생각이라는 리 교수의 주장. 이는 60년 동안 우리의 뇌가 마비된 결과이고, 따라서 미국이 무엇을 요구하던지 들어줘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라고 말했다.

이는 지배자들이 “국민을 속여 먹는 커다란 사기”라며 리 교수는 강력히 비판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고, 철수도 그들의 이익에 따라 한다”고 말하며 미국주둔을 구걸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정신이 마비된 철없는 정부”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주둔의 논리였던 북한이 남한보다 군사력이 강하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젊은이들 믿고 나라 맡겨도 될 만해- 강연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리 교수는 영어몰입교육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언어는 도구적 필요성도 있지만, 한 민족의 사고방식, 가치관, 철학 등을 결정하는 혼인데 이런 발상은 자기상실·민족상실의 극치다”며 열등감과 패배감의 상실에서 나온 정책이 영어몰입교육이라고 폄하했다.

리 교수는 미쇠고기 협상 관련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 젊은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새 시대, 새 문명 창조, 새로운 유대 구조 속에서 놀라운 힘을 볼 수 있다”고 소감을 밝힌 후 “한 때 지금 젊은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돼서 자발적·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사회를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외에도 리 교수는 현 쇠고기 협상은 93년 우루과이 라운드의 제2라운드라는 주장을 폈고,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역사적 사건들을 풍부한 근거와 함께 제시하여 청중들에게 ‘실천적 스승’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는 칭송을 듣기도 했다. /최송아 전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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