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방신학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해방신학 책을 읽으면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5.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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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헌권(광주서정교회 목사, 광주노회인권위원장, 광주NCC총무)

돌들이 소리를 지르듯 철없다고 하는 학생들이 철 좀 들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사실은 아니지만)을 부끄럽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힘없는 자들이 힘이 있다고 하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사실은 소가 미친 것이 아니라 인간이 탐욕과 욕망에 미친 것이다. 지푸라기 검불 맛 밖에 모르는 혓바닥으로 야물야물 되새김질하는 순한 소다. 휘둥그러지게 뜬 눈망울이 껌벅껌벅하면서 토실토실한 엉덩이와 긴 꼬리를 생각해보라.

벌름거리는 콧구멍에 그저 그런 걸음으로 착하디 착한 소다. 거기에 미친 인간들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는 민중의 생존권을 빼앗아가고 있다. 슈퍼자본과 다국적 기업은 인간을 경제적 노예로 만들고 있다. 이처럼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맞물려 세계시장에서 이제는 약육강식이 아니라 승자독식이다.

해방신학은 여전히 유효해

이런 시점에 필자는 해방신학이라는 책을 다시 서재실에서 찾아 읽어보았다. 해방신학은 1970년대에 남미의 억압과 폭압 속에서 태동한 신학이다.

신학의 현실적 과제는 ‘시대의 표징’을 바로 식별하고 크리스천 신앙생활에 복음말씀의 빛을 비추어 비판적 성찰을 한다. 그래서 교회와 사회 안에서 예언자적 기능을 다하는 일이다.

한겨레21(제710호)에서 ‘교회는 여전히 투쟁해야한다’는 제목으로 70년대 해방신학의 치열한 실험장이던 니카라과 에스텔리에서 산디니스타 지도자 로페즈 신부를 만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신부들은 니카라과의 소모사정권에 맞선 민중의 혁명적인 투쟁에 함께했다. 당시 민중은 헐벗고 굶주렸던 것은 물론 문맹상태에 처해 있었다. 이때에 해방신학은 고통받는 민중의 모습에서 예수의 고난받는 모습을 본 것이다.

예수의 부활은 곧 민중의 부활인 것이다. 착취당하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현실에서 변혁만이 하나님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는 유일한 길임을 고백하는 것이 해방신학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도 우리현실에 고통받는 민중이 우리 곁에 있는 한 해방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민중 위해 교회는 더 투쟁해야

이명박정부가 살길은 미친 소 수입이 아니다. 도덕성 없는 정부에 무능하기까지 한 현실에 취임한지 두 달 밖에 안 된 지금 우리 국민들은 피곤하다. 지쳐있다.

남대문 화재에 국민모금발언, 영어몰입교육, 공교육자율화와 사교육비증가, 물가폭등과 반시장적 물가통제, 의료보험 민영화 시도, 한반도운하 추진, 고소영·강부자내각과 수석들, 굴욕적 외교, 한미FTA를 위한 미국산 쇠고기수입 등 하루가 멀다.

불안과 짜증에는 현 정부와 거대자본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초강대국인 미국이 함께하고 있다. 그 결과는 순한 창자에 탐욕과 욕망의 칼이 할퀴고 지나간 소를 보면 안다.

채식을 하는 소에 육골사료를 통해서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자는 미친 인간들이 소의 뇌 속에 송송구멍이 뚫리고 꼬이고 뒤틀리는 몸뚱아리에 휘청거리는 다리에 빈 하늘 쳐다보면서 찢어진 가슴 움켜쥐면서 음매 음매하는 저 불쌍한 소들은 결국 인간이 얼마나 불쌍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교회는 더 투쟁해야한다. 자주적 평화통일과 신자유주의와 신식민지와 양극화로 인한 고통 받는 민중들과 함께 하면서 가난한 자의 친구가 되어야한다. 민중의 해방을 위해 싸우셨던 예수의 정신으로 살아야한다. 시대에 역행하는 교회는 건물은 화려하고 거대할지 몰라도 그 안에는 생명이 없다.

광주민중항쟁 때 교회는 문을 잠그고 광주를 외면했다. 물론 유가족, 부상자 위로 등은 했다. 하지만 군부와 계엄군을 향한 해방신학은 없었다. 이제 교회는 투쟁해야한다.

우선 우리 주변에서 굶주리고 목마른 나그네와 헐벗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 안에서 예수그리스도를 발견하고 민중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방신학은 오늘우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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