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것 두려워 말고, 중도포기를 두려워해라”
“더딘 것 두려워 말고, 중도포기를 두려워해라”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05.19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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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 통한 삶의 배움터 ‘화·목서당’

▲ 한문학을 통해 삶의 지혜와 마음을 다스리는 여유를 배운다는 이들은 수년째 한문학을 공부하는 주부들이다.

배움엔 끝이 없다고 하지만 팍팍한 삶에 치여 평생 배움을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자소학으로 시작해 지금은 대학(大學)·중용(中庸) 등 사서(四書)를 공부 중인 이들.

스무 명 남짓한 주부들이 수년째 공부하는 이곳은 광주시 북구 문흥동 소재 ‘북구문화의집’ 강좌 ‘화·목서당’이다. 1999년 12월 2일. 포부도 당당히 문을 연 ‘화·목서당’은 고서(古書) 뿐 아니라 삶의 지혜를 배우는 배움터이다.
 
‘화·목서당’과 함께 한지 햇수로 8년째인 터줏대감 이복순(50세)씨는 한문학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배웠다.

“한문학을 공부하며 무엇보다 좋은 건 노년을 같이 보낼 좋은 친구를 얻었다는 것이다. 볼 때 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이 고서의 매력이듯, 글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배우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나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니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더라”

▲ 선생님 말씀을 놓칠세라 열심히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옛 어르신 말씀이 틀린 것 하나도 없단 사실을 한문학을 통해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이들. 그러나 이들도 처음부터 한문학에 능숙했던 건 아니다.

“처음엔 익숙지 않는 한자를 공부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학문이라는 게 조급하게 마음먹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지 않나. 배움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글자가 눈에 다 들어오더라.” 한자보다는 지혜를 배운다고 생각한다는 남영아(46)씨의 말이다.

강사 최필순(60)씨를 따라 글을 낭독하고, 뜻을 음미하며, 삶에 빗대어 생각해 보는 이들은 교복만 안 입었을 뿐 학생 본연의 모습이었다.

신정덕(56)씨는 “선생님 수업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사 흐름이 보인다. 어려운 한자라 하더라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심은 물론, 현실에 접목시켜 의미를 재해석해주니 이보다 더 좋은 가르침이 어디 있겠나”고 말했다.

훌륭한 스승 밑에 뛰어난 제자가 있다는 말이 절로 생각나게 하는 이들. 

▲ ‘화·목서당’강사 최필순(60).
그렇다면 이들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강사 최씨는 “같이 수학(修學)할 수 있는 상대”라며 “사서(四書)를 이해하고 한문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를 위한 공부’라는 점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꼽는 이들은 한결같이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나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노력과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듯 한문학 역시 꾸준한 시간 투자와 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수업 외에도 따로 모임을 결성, 학구열을 불태운다.
이곳에서 익힌 한문을 통해 한문학원을 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한문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다. 이쯤 되면 가히 단순 취미를 넘어선 애호 수준이라 할 만하다.

최 강사는 “고리타분하다고 한문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한문학을 겉핥기 수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문학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진실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한문학 공부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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