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물고기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물고기
  • 범현이
  • 승인 2008.05.16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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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작과 끝을 같이하는 섬유(纖維) - 섬유설치가 ‘오영정’(30)

섬유는 사람과 함께 자연의 일부

▲ 섬유설치가 ‘오영정’(30).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먼저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섬유다. 이른바 ‘배냇저고리’다.

세월이 가고 또 가도 조직만 바뀌어 갈 뿐 앞으로 묶어주는 끈을 가진 섬유다. 다시 삶을 마감할 때도 신체를 휘감는 것은 섬유다. 질감만이 다를 뿐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에 더 가깝다.

섬유는 자연이다. 그것이 사람의 몸에 걸쳐질 때 사람은 자연의 구성원 조직 뿐 아니라 비로소 자연의 완전한 일부가 된다.

우리는 살아 숨 쉬는 동안 섬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섬유로 말하고 섬유로 자신을 내 보이며 섬유와 일생을 함께한다. 인류의 역사는 다시 말하면 섬유의 무궁한 발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작가 오영정은 섬유만을 가지고 지상의 낙원을 꿈꾸고 설계한다. 섬유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해내고 섬유로 숨을 쉬며 예술가적 역량을 막힘없이 토해낸다. 전남 나주 천연염색문화관 개관기념 패션쇼를 지휘하기도 했다.

사막의 모래 서걱이는 마음에서 섬유를 다시 만나다.

섬유공예를 택한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자신만을 표현하는 ‘표현방법’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특별하게 더 자세하며 밀도 깊고 친밀하게 접(接)할 수 있어 무엇보다도 ‘섬유’를 사랑한다. 손만 내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접어질 수 있는 부드러운, 인간의 체온을 지닌 ‘섬유’를 사랑한다.

대학 재학 중에는 ‘아웃사이더(outsider)’였다고 고백한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공모전을 찾아 전국을 누비게 되었고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인정’을 받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으로 살아가는 작가들과의 소중한 만남이었으며 교감의 시간들이었다. 그것들이 바탕에 깔려 지금의 ‘섬유설치’가 가능하게 했으며 앞으로 살아가며 표현해 낼 예술적인 소양과 가치가 되기에 충분했다

언제나 희망적이었던 건 아니다. 한때는 무릎을 꺾이는 절망의 시간도 있었다. 나름대로 표현 방법을 찾은 후 다가 온 절망이라 그 암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년여 호주 어학연수를 하며 방황 하던 어느 날, 동생과 함께 산책을 하다 들어선 이름 없는 허름한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보다 그는 ‘전율’을 느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니. 작업을 해라. 그것만이 오영정이다’라는 귀에 들려오는 내면의 외침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섬유설치’가 다시 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는 다시 가득한 ‘열망’과 함께 되돌아 왔다. 모래바람만이 가득하던 마음,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마음에서 그는 다시 ‘열망’을 가지고 되돌아왔다.

“무엇을 하던, 결국 어떤 순간이 와도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고 섬유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는 작가는 이미 충분히 행복해 있다. 그 누구보다도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섬유의 시작과 끝까지, 늘 곁에 있고 싶어

▲ 오영정 作「MayBe KOREA」
섬유의 무한한 가능성에 그는 늘 놀란다. 우선 부드럽고 다양한 색깔로 어디든지 설치가 가능하다.

또 다른 재료에 비해 어디서든지 구입이 가능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그 모든 것들을 이용한 자신의 상상력을 섬유로 소통하고자 한다. 그에게 있어 섬유는 섬유이기 전에 세상을 향한 간절한 소통이며 ‘언어’다.

작가의 ‘섬유설치’는 다른 섬유설치와 비교할 수 없이 남다르다. 섬세한 실들이 모이고 모여, 또 얽히고 얽혀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의자가 되기도 하고 온전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던지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말로 굳이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다.

어머니 자궁 같은 편안함, 미열이 날 것 같은 혼곤함과  ‘영혼의 안온함’ 같은 색채와 부드러운 불빛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하는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섬유로 인한 인간의 시작과 끝,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드나들며 모녀는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객관으로 인간의 삶 자체를 보려고 노력하는 흔적들이다.

자신에서 출발한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느낄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함에 작품 자체가 ‘외로움’이며 ‘인간’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의 모태는 또 어머니이기도 하다.

다시 ‘목포 오거리 다방전’으로

▲ 오영정 作「여자와 시간」
작가는 장소나 공간에 한계를 갖지 않는 스케일 큰 작업을 해보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회 공간은 그에게 있어 항상 툭 트인 곳이다.

2006년 ‘여수 무슬목 릴레이 아트 프로젝트’에서 그 단적인 예를 찾을 수 있다. 바다를 발하보기만 하는 인간이야 말로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물고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무슬포 전시회를 기획하게 한 주제였으며 해변 가 주말 릴레이 전시로 해변을 산책하는 누구나 예술가가 되어 전시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작품을 걸어두고 ‘하늘을 나는 물고기’란 주제로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해내 많은 참여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시간이 갈수록 참여 인들이 늘어나 사진을 걸어두며 함께해 공기마저도 훈훈해졌다. 문화예술의 힘이다.

작가는 또 2005년 아시아문화전당 착공기념 보자기 프로젝트 ‘Dear Asian' 총감독을 하기도 했다. 구도청과 삼우빌딩을 보자기로 크게 감싸는 작업이었다.

지나간 시간, 세월, 역사 속에 묻어져 버린 수많은 진실과 사람들의 흐느낌을 소중히 간직하자는 의미에서 ‘보자기’라는 섬유를 선택했다. 도청이 이사 간 어느 날 도청 앞 분수대를 가로 지르던 펄럭이는 커다란 보자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이미 사라져 버린 역사의 뒤안길 이다.

다시 목포의 ‘오거리 다방전’에서 작가를 만난다. 전국에서 모인 71인 작가들의 각자의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이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다. 동시대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는 오거리 다방전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기대된다.

작가는 이미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물고기에서 비늘을 반짝이며 하늘을 날고 있다.

일시 : 5월24일(토)~6월8일(일)
장소 : 목포 오거리 초원다방 외 8곳
문의 : 010-7914-0833

▲ 전시장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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