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우병 미 쇠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촛불집회
광주, ‘광우병 미 쇠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촛불집회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05.1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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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상보다 많은 2천 5백여명 참가

▲ “미친 소, 너나먹어”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지난 10일 광주 금남로에서도 2천 5백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청소년들과 가족단위 시민들이 대거 참석,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광주드림 이광재 기자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가운데 광주에서도 ‘한미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촉구하는 촛불이 활활 타올랐다.

지난 8일 결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광주·전남 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지난 10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금남로에서 열렸다.

당초 예상됐던 1천명 숫자를 훨씬 웃도는 2천 5백여명이 참석한 촛불집회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시민이었다.

집회 예정시간인 7시가 못된 시각. 시민들의 격양된 반응을 보여주듯 ‘미친 소, 너나 먹어’, ‘국민건강권 담보로 경제 살리는 대통령 필요 없다’, ‘나는 오래 살고 싶다’ 등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 동요 ‘송아지’를 ‘광우병’으로 개사해 부르는 사람들, 준비된 초를 나눠주며 집회에 함께 할 것을 권하는 사람들. 이날 광주 열기는 뜨거웠다.

7시가 되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됐다. 그 중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한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중·고등학생들과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었다.

4살, 7살 두 딸을 데리고 나왔다는 광주시 북구 두암동 김현성(37세)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올 줄 몰랐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잘못됐다고 말하는데 정부가 언제까지 국민들 여론을 무시한 채 미국편에 서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정부 행태를 보고 있으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 누굴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정부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 지난 10일 ‘대통령도 리콜이 되나요?’, ‘미친소, 너나 먹어’, ‘한우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 팻말을 든 청소년들이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시작 전 금남로를 돌며 거리행진을 펼쳤다. ⓒ광주드림 이광재 기자
이날 트럭 위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 올라 자유발언을 한 사람들은 각양각색. 그러나 이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절대 반대”였다.

동강대 재학 중인 김모씨는 “정부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나이에 광우병으로 죽고 싶지 않다. 미국인들도 안 먹는 걸 왜 우리가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병든 소가 들어오지 않도록, 촛불로 막아내자” 고 주장했다.

이날 자유발언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됐다. 너무 많은 시민들이 참가해 자유발언 시간을 2분으로 제한 둘 정도였다.  

강원도 횡성에서 왔다는 한 대학생은 “앞으로 10년 ,15년 후 인간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고 생각하면 말이 안 나온다. 횡성은 한우가 유명한 곳이다. 한우 홍보는 못해줄 망정 미국산 쇠고기 몸에 좋다고 광고하는 정부를 보고 뭘 배우겠나.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부가 국민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북 군산에서 올라왔다는 고등학생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결사자유를 정부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생명을 지키고자 자발적으로 나선 촛불집회를 탄압한다”며 “현 정부 말처럼 우리도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그러나 사는 게 우선이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광주 북구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3학생은 “학생부장 선생님이 학급임원들 불러서 오늘 집회에 참석한 애들 이름 다 적어오라고 했다”며 말을 뗀 후, “도대체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주권국가가 맞는지 대통령께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이라는 학생은 “이렇게 어린 저도 뭐가 틀렸는지 아는데, 하물며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이 그걸 모르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화순에서 올라왔다는 수의사는 “미국산 쇠고기가 왜 국내에 들어오게 됐는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 광우병은 치료제도 없는 무서운 병이다. 앞으로 10년, 20년 뒤 한반도에 미친 소가 상륙한다고 생각하니 염려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북 전주에서 요리학원을 다닌다는 학생은 “한식요리 대부분에 쇠고기가 들어간다. 어제도 쇠고기 들어간 요리를 하고 왔다. 이젠 뭘 넣고 요리를 하란 말인가.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국민 모두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여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촛불집회는 16일·17일 7시 금남로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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