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진화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05.09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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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조선대, 박민규 작가 초청강연회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열정과 불덩이 같은 마음이 글 쓰는 이유입니다”

▲ 박민규 작가 ⓒ조선대
차세대 문학 선두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소설가 박민규(40)씨가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초청으로 지난 7일 ‘창작의 에너지, 왜 소설을 쓰는가’ 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독특한 안경을 쓰고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튀는 외모와는 달리 수줍음이 많은 듯 중얼거리는 말투로 강연을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글이 쓰고 싶다는 열망에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다는 그.
아직도 ‘습작 중’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소설 예찬’을 하는 그는 영락없는 소설가였다.

박 작가는 강연 내내 ‘틀에 얽매이지 말 것’을 강조했다.
“너무 많은 교육이 오히려 소설 쓸 때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소설은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본인 호흡과 에너지를 통해 발산할 때 가장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소설은 기괴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소설 끝부분이 희한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그는 “짜여진 기승전결, 복선, 반전 그런 것이 저에겐 너무 재미가 없거든요. 오히려 ‘이게 뭐지?’ 싶게 끝나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제가 쓰면서도 왜 이렇게 끝날까 웃기도 하고 또 20년 후엔 이런 소설이 유행할지도 모른다고 낙천적으로 생각해요”

글 쓰는 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근사한 일이라고 말하는 그.

그런 그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그는 재능과 에너지를 꼽았다. “예술은 재능 없이는 불가능한 분야입니다. 글을 잘 쓰는 것. 진심이 담긴 글을 쓸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재능입니다” 재능의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의 특성을 살린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재능이 재료라면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에너지입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지요. 불같은 열정, 그것이면 충분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인간의 유전자에 빗댔다. 애당초 인간이 만들어 질 때부터 존재했다는 것.
“인류에게 맨 처음 숫자가 생겼고, 숫자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표현하기 위해 문자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인류가 계속 발전하면서 문학이 생긴 겁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진화하기 위해서 입니다.”

과학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을 채워 주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말한 그는 “우리가 진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가 인문학. 바로 소설”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박민규 작가는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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