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공교육 짓밟기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공교육 짓밟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5.08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휘국(광주광역시 교육위원)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나자마자 정부는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진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이라는 초·중등교육정책을 발표하였다. 그것은 학교의 학원화, 사교육비 폭증, 입시경쟁교육 전면화를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내용이 ‘0교시’, ‘우열반’을 비롯하여 ‘심야 보충학습’, ‘학원의 방과후 학교 참여’, ‘사설 모의고사’,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등에 관한 규제를 풀고 교육감과 학교장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학교장 책임 운영이라는 말로 학교장의 자율적 학교 운영을 주장해 온 분들도 우려하는 내용이 다 포함되어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꼴이라는 염려와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공교육을 짓밟는 처사’, ‘교육의 공공성과 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포기하는 것’, ‘공교육 포기 정책’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꼴

 이제 학교는 학원과의 경계선도 없이 오직 시험 성적만으로 한 줄 세우기와 무한경쟁의 입시 전쟁터가 되어 아이들의 정신과 육체를 갉아 먹고 죽이는 고문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규제를 구실로 학부모들의 요구를 견제하면서 유혹을 참고 견디던 학교장들도 이제는 현실적 요구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자. ‘0교시’나 ‘우열반’, ‘심화 보충학습’, ‘사설 모의고사’ 등을 왜 규제했는가? 일부 학부모들이나 학교 관리자들의 욕심 때문에 지나친 입시경쟁과 비교육적 학교운영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왕성한 활동으로 한창 자라날 나이에 좁은 교실에 갇혀 책걸상에 쪼그리고 앉아서 시험문제 풀이 연습에만 몰두하여 건강도 해치고 정신도 피폐해 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이 불쌍하고 가여울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너무나 걱정스럽기 때문에 규제한 것이다.

 대학입시가 교육의 목적인양 왜곡된 교육 현실 때문에 교육의 공공성과 국가적 책무를 위하여 최소한의 장치로 규제한 것이다.

 국가적으로 규제하는 가운데도 암암리에 ‘변형된 0교시’와 ‘변형된 우열반’, ‘변형된 심화 보충학습’, ‘사설 모의고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국에서는 알면서도 모른 척 눈 감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규제라는 최소한의 책무마저 포기하는 것은 어쩌자는 것인가?

성찰과 철학 없음 반증하는 것

 ‘모른 척 눈감고 범법자를 만드는 것보다 규제를 풀어서 자율화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하지 말자. 우리 현실은 자율화가 바로 극단적 경쟁으로 치닫는 지름길임을 모르는가?

뻔히 알면서도 시장화와 경쟁만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교육까지 금방 눈에 보이는 토목사업으로만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성찰과 교육적 철학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가 전체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교육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각종 지하자원과 식량까지 수입에만 의존하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더더욱 교육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에만 목을 매는 입시경쟁교육이 아니라 건강한 몸과 다정다감한 감성과 친화력과 창의력, 책임감과 성실성을 갖춘 사람을 길러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푸는 규제 가운데 ‘사설 모의고사’와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학원의 방과후 학교 참여’ 등은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 부조리의 씨앗이기도 하다.

 어쩌자는 것인가? 자기들이 정권을 잡고 추진하던 정책까지 부정하면서 그들의 주장대로 ‘잃어버린 10년’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속셈인가?

꼭 필요한 규제까지도 철폐하고 교육까지 시장에 맡겨 무한 경쟁을 시키는 것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길이라고 믿는 것인가?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공교육을 짓밟아 뭉개는 처사이다. 정말 염려스럽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