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유명가수의 콘서트가 아니더라도, 공연예매 10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뮤지컬이 아니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연극이 부담스럽다는 오해를 걷어내고 보면 배우들의 열정이 담긴 눈빛과 혼신을 다하는 연기는 마니아층 뿐 아니라 한 번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반드시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연임을 알 수 있을테니.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광주연극제를 맞아 지난해 최우수상에 빛나는 극단 ‘청춘’과 관람객의 위치를 뛰어넘어 직접 연기하고자 모인 직장인 극단 ‘DL’을 통해 광주연극계를 재조명해봤다.

광주 북구 서방사거리 근처에 위치한 극단 ‘청춘’은 지난 1989년 창단 이래 꾸준한 활동으로 2004년에 이어 2006년에도 광주시가 지정한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됐다.

극단 ‘청춘’은 지난해 광주연극제에서 ‘피고지고 피고지고’로 최우수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늦게나마 축하인사를 건네자 오설균 대표는 “우리 극단이 광주에서 제일 잘해서 라기보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기준과 작품의 기호도가 맞아서 일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청춘’의 연습실과 사무실이 칸막이 없이 분리돼 있어 오대표와의 인터뷰 중에도 연습에 몰두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광주 연극공연 관람객은 ‘연극촌’이란 카페를 통해 공연소식을 접하고 찾아오거나 알음알음 정보를 입수해 찾아오는 관객이 대다수이며, 이들 대부분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연극계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오대표는 “옆에 가까이 있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시민들의 연극에 대한 부담감과 외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이 지역 정서에 맞는 공연을 통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청춘’이 되겠다”고 말했다.

극단 ‘청춘’에 이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직장인 극단 ‘DL(Dramatic Life)’. 현 고문을 맡고 있는 김종필(극단 ‘연인’ 대표)씨 지휘 아래 연극을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직장인들끼리 뭉쳐 지난해 6월 창단했다.

‘DL’ 단원들은 대학원생, 교사,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4살부터 33살 직장인들 11명으로 구성된 극단이다.

단순한 동호회가 아닌 ‘극단’으로 시작한 이유에 대해 묻자 박정민(대학원생·33) 회장은 “취미생활을 뛰어넘어 전문성을 갖춘 극단이 되고자 한다”며 ‘DL’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단원 선발 기준에 대해 박 회장은 “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다면 누구든 환영”이라며 “현재 단원들도 처음엔 초보였듯 연습실에 나와 꾸준히 연습하면 실력도 금세 늘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월 두  번째 공연을 계획 중인 단원들은 평소엔 일주일에 한 번, 공연 전달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연습을 한다며 직장인이다 보니 시간 맞추기가 가장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초창기 멤버인 박원일(정비사·23)씨는 “초기에만 하더라도 김 대표를 빼고는 모두 다 초보여서 하고자 하는 열의 외에는 갖춰진 게 아무 것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이젠 연극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는 말로 연극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일부에선 연극계가 배우 기근현상과 재정 악화로 겨우 명맥만 잇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이들을 만나본 결과 연극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 광주연극계는 끄떡없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현재 광주에서 활동 중인 극단은 광주연극협회 정회원 극단인 ‘Y’, ‘시민’, ‘얼·아리’, ‘푸른연극마을’, ‘진달래피네’, ‘터’, ‘청춘’, ‘유피씨어터’, ‘DIC’ 등 9개 단체와 ‘연인’, ‘아트컴퍼니 원’, ‘크리에이티브드라마’, ‘예린’, ‘DL’ 14개 극단이 있다.

광주연극협회 정회원이 되기 위해선 2년 이상의 연극 활동과 4회 이상 공연실적이 있어야 하며 단원을 5명 이상 보유한 단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