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수질개선은 전혀 별개의 문제”
“영산강 수질개선은 전혀 별개의 문제”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8.01.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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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 정책 근간 흔들릴 것 우려
운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측에서는 현재의 영산강 수질이 5급수로 떨어져 농업용수로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오염돼 있기 때문에 수질 개선을 위해서도 운하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정록 전남대 교수(지리학과) 2일 KBS광주방송총국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 인터뷰에서 “영산강 수질이 5급수, 6급수여서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토사를 준설해야 한다”며 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준설 자체만 하더라도 현재 생태계에 변화를 주는 것이어서 환경파괴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 운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주변 하도를 정비하거나 수심을 유지하고 하천을 직선화하는 과정에 어느 정도의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겠지만 문제는 이런 환경 파괴가 영산강의 존재가치를 상실할 정도로 큰 것이냐는 것이다.

전남도 등 영산강 유역 자치단체에서도 영산강 수질 개선을 위해 영산강 하구언 둑을 개방하자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영산강 수질 개선과 운하 건설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영산강 하구 둑으로 인해 하류 수질이 악화되는 것은 하구 둑을 부분적으로 터 해수를 유통시키는 등의 별도의 문제로 다뤄져야 할 문제이지, 수질 개선을 위해 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전혀 개념 자체가 틀리다는 얘기다.

이성기 조선대 교수(환경공학과)는 “물이 많으면 자연히 정화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생각인데 이는 수질개선과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다”며 “물을 많이 가둬 둔다고 해서 정화되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육지 지류에서 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의 오염원을 줄이는 것에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수심도 깊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영산호가 물이 적어서 썪느냐”며 “원인은 근본적으로 물이 고여 있기 때문이며, 오염원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대책이 없다면 운하 100개를 만들어도 현재의 수질은 좋아질 수 없다”며 “오히려 운하를 건설할 돈으로 오염원을 줄이는데 들이는 공력이 100배 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하천오염총량제를 시행 중인데 시간이 가면 어느 정도 수질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운하건설은 하천오염총량제를 기본으로 하는 수질 개선 체계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업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운하건설로 다양한 물 관리 기본 계획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며 “둔치가 호안으로 채워져 또 다른 수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사무국장은 “갑자기 ‘영산강뱃길 살리기 협의회’라는 단체가 운하 건설을 부추기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이들 단체가 한번도 영산강 보호 활동에 나선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국비를 투입해 2~3년 안에 끝낸다는 계획은 영산강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전승수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영산강 뱃길 복원과 운하건설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주까지 뱃길 복원으로 영산강문화와 역사를 관광과 연결 짓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물류수송을 위해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통해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전 교수는 “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질을 개선하는 복원 개념이 아니라, 생태계를 훼손시키면서 영산강에 운하를 만들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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