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미분양 아파트와 문화도시
광주시 미분양 아파트와 문화도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1.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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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임승호(빛고을미래사회연구원 상임연구원)

  10월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적으로는 10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부산시는 1만2천 가구, 경남도는 1만가구의 아파트가 미분양상태다. 광주지역만 해도 9천215가구가 비어있다. 광주 북구 양산동과 남구 진월지구의 모 아파트에도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건설업체마다 계약조건을 완화하고 품질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미미하다.

  반면 방림동, 학동, 지산동, 월산동 등 광주의 오래된 주택밀집지역들은 외면당하고 그저 방치되고 있을 뿐이다. 이곳은 도심 속에 위치해있음에도 시골처럼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도심의 빈집들이 늘어나면서, 동네분위기가 을씨년스럽고 공포감마저 일으키고 있어 그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왔던 사람들조차도 이사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진 주요 원인을 우리나라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도시개발과 아파트 건축허가권을 갖고 있는 자치단체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광주시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과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만약 가지고 있다면 그 계획은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지 철저히 검토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피부로 느껴지는 광주시 도시계획은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개발된 신창지구와 첨단지구, 그리고 수완지구의 심각한 미분양사태는 건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설공화국’의 한계와 그 바닥을 드러내 준다.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문화와 생태적 가치를 담지하지 못한 도시건설은 천박하고 그래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왜 광주시는 신도심 개발에만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주택수요와 도시성장에 관한 예측과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가? 신도시 개발이 가장 쉽고 편한 길이라 그것을 택한 것인가? 구도심과 불량주거지역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일까?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가 신도시 개발정책에만 치중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수긍할 수 없는 현실은 끝없는 의문을 품게 한다.

  도시건설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 관리이다. ‘성장의 한계’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신도심 개발보다는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각급 지방정부에서 현재 60개 이상의 성정관리수단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성장관리법을 제정하여 스프롤(도시의 무질서한 외곽으로 확대)방지, 오픈스페이스 확보, 역사자원보존 등 도시정책을 포괄적으로 관리한다. 미국의 시민들은 이 같은 성장관리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르는 등 불편하더라도, 장기적 녹지 확보, 효율적 공공시설 배치 등으로 쾌적한 생활공간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고도성장과 효율적 개발보다는 도시재생을 통해 시민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것을 우리의 문화적 자산으로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문화중심도시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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