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 = 허재호라는 공식
대주 = 허재호라는 공식
  • 채복희
  • 승인 2007.11.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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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채복희(시민의소리 이사)

그동안 시끄러웠던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 문제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면죄부 제1장이 완성됐다. 탈세와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됐던 허회장 문제는 그동안 선처를 바라는 입장과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두 가지 의견으로 지역 여론을 양분시킨 바 있다. 선처 쪽은 광주, 전남 두 광역단체장들이 앞장서고 광주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의 주장에는 회장이 구속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이 심각할 것이라는 일관된 목소리가 담겨 있다. 한 지방 신문기사는 아예 대주 관계자의 목소리를 빌어 “허회장 없이는 위기 상황 타개가 불가능하다”고 못박기도 했다.

재계 52위 회사의 허실

1981년 설립된 대주는 현재 대주건설, 주택 등 15개 계열사가 있고 매출 2조2000억 원으로 재계 순위 52위라고 한다. 이런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25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의 성장에 회장 개인의 힘과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그간 허회장의 범법행위를 단죄하라고 요구했던 지역 시민단체들은 그 이유로 “대주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이런 범죄를 용납한다면 사회기강이 무너지기” 때문을 들었다. 이런 좌충우돌의 상황 속에는 한 가지 같은 공식이 들어있다. 즉 “대주=허재호”란 공식이 그것이다. 허회장과 대주를 동격으로 놓는데 모두가 이견이 없다. 허가 무너지면 회사도 무너지고, 허가 살면 회사도 살아난다는 등식이다.

지금 우리나라 최대 재벌그룹인 삼성도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오늘 삼성에 대한 비판은 이건희 회장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핵심 조직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대주와 조금 다르다. 이른바 구조본부라는 이름의 삼성의 핵심 시스템이 거기에 자리한다. 이들 회장과 주요 인물들이 삼성을 끌고 나가면서 막강한 경제체제를 쌓았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회장의 책임이 가장 크리라 인정하면서, 이건희라는 한 개인이 삼성을 떠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궁금해진다. 그 파장이 클 것을 삼성그룹이 가장 염려해서겠지, 국가 권력과 대적할 정도로 큰 그들의 시스템은 회장을 자체 보호망 속에 넣고 털끝도 못 건드리게 강경하다.

반면 광주의 허재호 회장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가, 지방자치단체 수장들이 나서서 보호막을 알아서 만들어 주고 경제단체가 힘을 받쳐주고 있다. 대주(정확히는 허재호 회장)는 아직 국가권력을 상대로 싸울 힘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주그룹 산하에는 5,000여 명의 근로자들과 1,500여 협력사가 있으며 1만여 채 아파트 입주 대기자들까지 관련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가 피해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 앞서 있다. 단체장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합했던 이유도 ‘단지’ 그것이라 한다.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왕적 권력자 한국기업 오너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사의한 의문 하나는 여전히 남는다. 허재호 라는 한 개인이 법에 의한 처벌을 받는다면, 십수개 계열사를 거느린 만만찮은 회사가 그만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다는 것인가. 뭘 모르면 말도 하지마라고 누가 힐난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정확해야 한다. 최고 경영자가 자리를 떠나면 직원이 아무리 수천명일지라도 회사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그 전제가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인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 봉건사회였던 조선시대라 해도 비록 왕은 몰락해도 체제는 유지됐다. 작은 왕국 같은 회사에서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한국 기업체의 오너, 오너가 망하면 회사도 망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온 사회에 의심없이 전염돼 있다. 그 작은 왕국에는, 백성들까지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손 치더라도, 건국공신 혹은 왕국의 번영을 함께 해왔던 일등 공신들도 없고 체제 유지 시스템 자체도 그렇게 허술하단 말인가 싶다. 마침 경제학자 113명이 엊그제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특검법 도입을 촉구했다고 하는데, 이중 누구라도 좀 나서 답해주면 좋겠다. 보스가 떠나면 조직도 반드시 해체되나에 대한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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