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선 후보의 교육정책
어떤 대선 후보의 교육정책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0.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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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장휘국(광주광역시교육위원)

어떤 대선 후보가 교육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그의 교육정책은 고교 평준화 제도와 현 대학입시 제도의 핵심이라 할 ‘3불 정책’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어서 교육계뿐만 아니라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나라를 경영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나서는 지도자의 생각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 한심하고, 도대체 이 나라를 누구를 위한 나라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금할 수 없다. 

연간 수업료가 1천5백만 원이 넘어 귀족학교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는 ‘자립형 사립고’의 변형인 ‘자율형 사립고’를 100곳 더 만들고, ‘기숙형 공립고’를 150곳을 짓겠다고 했다. 

의도는 분명하다. 귀족학교와 천민학교로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낙후된 도시와 농어촌 소외계층을 위한 ‘기숙형 공립고’라 했지 사실상 이 시대의 천민 학교 아닌가? 

대학입시도 완전 자율화를 목표로 3단계 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3불(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 입학제 금지) 정책’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무섭다. 돈 많은 집 자식들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장치가 완벽해 진다.

더하여 영어 공교육 강화정책도 공약했다. 고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각 교과를 영어로 수업하도록 한다고 한다. 그것도 한글날 이런 정책을 내 놓았다. 

아예 한글은 사용하지 말고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고, 일상에서도 영어만 쓰도록 하겠다고 하시지 그랬나 싶다. 한글 교육과 사용을 금지한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정책들은 가계를 파탄내고 학부모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란다. 사교육비가 줄어지기는커녕 더욱 폭증할 것이 뻔하다. 나는 뼈가 빠지고 간장이 다 녹더라도 자식 교육에는 빚을 내고 몸을 팔아서라도 쏟아 붓는 것이 우리네 마음이다. 

대학 서열이 한 줄로 매겨진 상황에서 앞 서열 대학에 갈 것이 뻔히 보이는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두고 누가 ‘기숙형 공립고’에 보내고 가려 하겠나? ‘기숙형 공립고’에서도 저만 잘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다고? 지금도 개천에서 용 난다고? 차라리 솔직하게 말씀하시라. “돈 없고 힘없는 천한 집 자식과 돈 많고 지체 높으신 분들 자식을 어찌 한 교실, 같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냐? 좀 갈라놓고 가르치자.”고. 

‘기숙형 공립고’는 소외계층을 위한 학교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가난한 수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가르치는 학교? 착각하지 말자. 말하기 싫고 가슴 아프지만 천민 학교다. 지금도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5,6학년 교실에도 벌써 미래를 뻔히 알기 때문에 아무 의욕이 없는 아이들이 있다. 

지금도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에 보내기 위해서 특수과외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전체 고교의 10%가 ‘자율형 사립고’이면 어찌 될까? ‘자율형 사립고’에도 못 가는 90%는 낙오자나 다름없게 된다. 

사회가 20:80, 아니 10:90 사회인데 교육에서부터 확실히 갈라놓자는 것 아닌가? 사회 양극화를 더욱 분명히 하고, 강남 최상위층만을 위한 교육으로 가자는 것이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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