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처벌, 발뺌 피의자에겐 무대책?
성범죄 처벌, 발뺌 피의자에겐 무대책?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7.10.05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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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목격한 남편 진술도 무용…경찰, 합의종용도
지난 5년 간 광주 전역을 활개치고 다니며 50여 건의 부녀자 성폭행과 강도짓을 일삼았던 ‘광주 발발이’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취객에 의한 호프집 여주인 성폭행 미수 사건이 단순 폭행 사건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여 여성 인권을 외면한 경찰수사라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7월.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한 호프집 여주인이 혼자서 가게를 정리하고 나서려던 새벽 4시경, 그날 밤 손님으로 가게를 찾았던 40대 중반의 남성이 유리문을 부수고 여주인을 덮쳤다. 피해자 S(31)씨에 따르면 이 남성은 성폭행 시도에 반항하는 자신의 얼굴을 수차례 주먹으로 때려 전치 4주의 타박상과 왼쪽 눈 안구골절의 부상을 입혔다. 여주인은 거의 실신 상태에 빠졌으나 마침 부인을 데리러 온 남편에게 발견돼 성폭행은 다행히 미수에 그쳤고 이 남성은 가게 밖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몸싸움 와중에 흘리고 간 핸드폰을 단서로 피의자가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인 K씨로 확인됐다. K씨는 사건 직후 피해자 부부에게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 합의하자”고 통사정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 역시 성폭행 미수 사건으로 보고 조사를 시작했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사건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피의자 K씨가 한쪽으로 피해자 부부와 합의를 시도하는 동안 오히려 S씨 부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맞고소한 것.

지난 3일 관할서인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K씨는 성폭행 시도에 대해서는 일체를 부인하고 오히려 부부가 합의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자작극을 벌이고 자신에게 협박을 일삼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황은 의심이 가지만 상호 주장이 엇갈리는데다 명백한 증거가 없어 강간 미수 등의 성범죄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증거주의에 입각하고 있는 현행법의 한계가 뚜렷이 엿보이는 대목.

피해자 부부는 그러나 K씨가 유리문을 밖에서 부수고 침입한 점, 혈흔이 묻은 찢겨진 옷가지와 현장채증 사진, 수 차례 사건 무마를 시도했던 전화통화 기록 등이 있음에도 경찰이 오히려 합의를 권유하는 등 이해 못 할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S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경찰이 정작 조사는 하지 않고 오히려 쌍방 간 합의를 종용했다”면서 “용서를 하려해도 이런 식의 ‘물 타기’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억울해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합의를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사건을 접한 지역 내 여성 단체에서도 피해여성의 증언을 바탕으로 성폭행 시도에 관한 정황증거를 수집해 경찰과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수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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