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청년 니콜라
캐나다 청년 니콜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9.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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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장휘국(광주광역시교육위원)

지난 봄, 산골 마을 대안학교에서 일하는 딸이 ‘니콜라’라는 캐나다 청년을 데리고 왔다. 대학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온지 1년쯤 되었단다. 우연히 알게 된 한국 학생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와 보고 싶었단다. 함양에 있는 녹색대학에서 석 달, 지리산 기슭 ‘실상사 작은 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 석 달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에 대해 공부했단다.

대안학교 봉사활동을 마치고 서울에 있는 시민사회단체로 옮기는 짬에 남도 답사를 하고 싶어 하니, 광주 부근을 둘러보는 며칠간 집에 머물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억지로 떠맡겼다. 도무지 마땅치 않았지만, 참 성실하고 믿을만하며, 한국말도 잘 하고, 채식을 하지만 한국 음식은 무엇이나 잘 먹는다는 말에 ‘나그네를 잘 대접하라’는 성경 말씀을 상기하고 승낙했다. 상차림은 아내 몫이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청국장이나 된장국, 김치, 무장아찌, 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콩조림, 고추조림, 호박 나물, 산나물 등을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참 맛 있어요. 한국 음식 정말 좋아요. 음식 남기면 안 돼요. 그릇 내가 씻어요.” 서툰 한국말로 애교를 떨면서 뻔뻔할 만큼 스스럼없이 행동했다.

“한국 음식 좋아요”

내 짧은 영어와 니콜라의 서툰 한국말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통하는 듯했다.

저녁을 먹은 후 산책하러 나간다고 했다. 안내하겠다고 하니 혼자 가겠단다.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설명을 했다. 나는 걱정되는데 덤덤하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열두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호프집에 가서 한국 젊은이들과 놀았고, 그 젊은이들이 집까지 데려다 주었단다.

다음 날, 아침을 먹으면서 5·18 유적을 둘러보려면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신통하다 싶어서 지도를 놓고 ‘5·18기념관’, ‘5·18자유공원’, ‘금남로’와 ‘옛 도청’, ‘국립5·18묘역’ 위치와 버스 노선 등을 가르쳐 주었다.

식사 후, 작은 배낭에 이것저것을 챙기면서 엊저녁 간식으로 내놓았던 집에서 만든 카스테라 빵을 챙긴다.
 “빵은 왜? 간식? 더 줄까?”  “예, 점심.”  “으잉? 점심?”

 아내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빵과 음료수, 과일까지 싼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그대로 다 받아 담는다.

 저녁에 작심하고 이것저것 물었다.

 “오늘 어디 어디 갔어?”  “5·18자유공원, 금남로, 5·18묘역, 소쇄원”

 “어떻게, 택시?”  “아니요. 버스 타고. 승용차 카풀.”

이 녀석 넉살도 좋다. 아니 우리네 인심이 후하고 친절한 것이다. 가는 데마다 서툰 한국말로 물으면 버스 노선을 정말 친절하게 안내해 준 것이다. 5·18묘역에서는 누군가 차에 태워서 소쇄원 구경까지 시켜 준 것이다.

스물네살의 당당한 여행자

“니콜라, 한국 사람이 좋지?”

“예, 좋아요. 아주 친절해요.”

“뭐가 제일 기억에 남지? 뭐가 제일 좋았어?”

 “실상사 공양간 아주머니요. ‘니콜라야, 이제부터 내 콜라 하자. 니 콜라, 나 아주머니 말고, 내 콜라, 나 엄마 하자’ 그랬어요.”

농담인줄 알지만 낯선 이국에서 엄마, 아들 하자는 순박한 시골 아주머니의 말에 정말 감동했었나 보다.

다음 날은 시외버스를 타고 해남 땅끝에 다녀왔다. 그 다음날에 운주사와 보성 녹차밭을 거쳐 여수로 간다고 큰 배낭을 쌌다.

우리 집에서 묵은 기념으로 무등산보호 타이슬링을 하나 주었다. 한 참을 생각하더니 해남에서 주워 온 조개껍질을 기념이라고 준다.

스물네 살, 수염을 기르고 머리를 길러 묶은 이 청년, 무엇이 이렇게 넉살 좋고, 뻔뻔하리만큼 당당하게 만들었나? 무엇이 이렇게 막힘이나 거침없이 자유스럽게 세계를 휘젓고 다니게 하는가? 이것이 캐나다 교육의 결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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