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진정한 시민이 된다는 것
이 땅의 진정한 시민이 된다는 것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9.03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GO칼럼]김기홍(광주경실련 정책부장)

요 얼마동안 개학하기 전까지 중학교 학생들이 지역 시민 단체를 조사하라는 방학 숙제를 위해 사무실을 종종 방문하곤 했다. 학생들은 시민과 시민사회 그리고 시민단체에 대해 별 관심은 없는 듯 했지만 숙제 해결을 위해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나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질문한 내용에 대해 한참동안 설명을 해 주곤 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시민사회에 대한 것을 설명할 때마다 과연 우리는 이 땅의 진정한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자문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시민의 권리보다 국가에 대한 의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를 받아들여 이 사회에 접목시킨 지도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고는 신분이 지배하는 시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서구 유럽이 시민 중심의 사회를 정착하는데 20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 것에 비교하자면 우리 사회가 가진 가능성이 서구보다 더 크다는 희망을 품어도 될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땅에서 진정한 시민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민이란 단순히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세 유럽 속담 중에 “도시의 공기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표현이 있다. 그러한 속담이 나오게 된 계기는 중세의 계급 사회에서 도시는 유일한 자유민들의 거주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민만이 영주나 교회로부터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즉 시민이란 누구에게 예속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정치적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하는 존재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하기까지 시민들은 국왕과 영주들을 향해 투쟁하거나 타협해서 자유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시민 의식이라는 것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반면 율령격식의 법체계와 객관적인 인재 등용 수단인 과거 제도가 발달되었던 동양의 도시는 관료들에 의한 사회적 지배가 지속되면서 시민사회의 성숙을 가로막았다. 이러한 관료 지배의 특징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는 근대화와 산업화의 과정 속에 원활한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인위적인 방식의 인구 유입을 통해 도시를 형성했기 때문에 시민 의식의 성숙에 많은 걸림돌이 되었다. 

이제라도 이러한 모순들을 극복하고 시민 사회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지역과 계층 간의 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자기 정체성과 도시의 정체성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도시화의 과정 속에서 유민화 되었던 시민들에게 소속감을 심어 줌으로써 주인 의식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 땅에서 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주인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과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시민들은 투표권 하나를 얻는데 200년이 넘는 투쟁을 해야만 했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거권이 일반화된 것이 100년도 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너무 빨리 권리 획득에 대한 감동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한번쯤은 생각해야 한다.

사회의 주인으로서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사회적 문제에 당당히 맞서는 시민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