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시대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7.07.2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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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곽규호 편집장

1980년 전두환이 정권을 잡았다. 군사력을 동원해 군 지휘권을 침탈하고, 광주에서 수백 시민들을 살상하면서 공포정치의 막을 열었다. 그의 모든 것은 박정희한테서 배운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를 잃고 상심에 빠진 박근혜에게 생계비로 쓰라고 6억원을 줬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광주 시내 집값은 1천만원은 커녕 겨우 500만~600만원에 불과한 곳도 허다했다. 80년 4년제 국립대 등록금이 20만원대였다.

서울에서는 어쩔지 모르지만 1억원 정도면 강남에서 좋은 아파트 한 채 정도는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80년 6억원의 생계비라는 용어에는 마치 서민으로, 가난하게 살았던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있다. 게다. 게다가 아버지의 전철을 밟은 전두환에 대해서는 일말의 정치적 도덕적 문제 의식도 갖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빈약한 역사인식 가진 보수꼴통

박근혜씨는 또 “5·16은 구국혁명”이라느니 “유신은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만 독재정부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제2공화국은 비록 좌충우돌을 겪고 있었지만 국민의 뜻에 의해 세워진 민주정부였다. 그들이 무능하다고 수명의 장성들을 동원해 무력으로 민의를 뒤집어엎은 게 5·16 쿠데타다. 이게 ‘혁명’이었다면, 김대중 정권 이후 명예회복이 이뤄졌거나 추진 중인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다시 되돌려야 한단 말인가. 아버지가 쿠데타의 주역이라고 역사의식이나 털끝만큼의 고민도 없이 그는 ‘역사에 맡길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한나라당의 다른 유력한 대권 후보는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자신이 최고라며 한 표를 부탁한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 달성이라는 기치 아래 첫 번째 추진할 사업이 대운하 건설이다. 법인세율을 20%까지 인하하고, 규제를 줄인다. 복지예산을 대폭 늘인다면서도 예산을 어디서 조달할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공약과 무관하게 이명박씨에 대한 의혹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도 제대로 해명된 것은 없다. 포철이 매입한 서울 도곡동 땅이 이씨의 것이었다는 증거가 감사원 기록에서 드러났다. 이씨측은 그래도 아니라고 강변한다. 처남 김모씨는 왜 그렇게 재산이 많아 전국에 수십만평의 땅을 갖고 있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자신이 대표로 있던 투자그룹과 관련한 의혹도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오히려 진실에 접근할 정도로 그는 의혹에 싸여 있다.

대선 주자 들이 이래서야

양 진영의 경제공약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고 대안이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그것도 한나라당 주최 토론회에서 제기된 이야기다. 대운하 건설을 지지해줄 경제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며, 열차페리 같은 것을 과연 추진해야 할 지도 의문이라는 혹평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두 주자의 현 주소다.

지리멸렬해 있던 범여권에서도 다음 달 초에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본격 대결은 여기서부터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다가올 5년의 미래를 책임질 유력 인사들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저들 입장에서야 민주세력이 집권했던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일 수 있지만, 그 10년 동안 이 나라와 국민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대부분은 지난 50여년 간 이 땅을 지배해온 수구 보수 세력이 쌓아 놓은 강건한 저항의 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소외받은 사람들, 약자로 대우 받지 못하던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특정 세력에 집중되었던 과도한 권력과 특혜를 없애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대한민국은 다시 성장하며, 세계 12위 권 경제대국으로 올라섰고 종합주가지수는 2000포인트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2010년 이후 21세기의 남은 시기를 이끌어갈 시대정신이 5·16 군사혁명정신인지, 대운하와 같은 토목 개발형 정책에 있을지는 국민이 심판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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