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우리는 지금 숲속에 있어요”
“쉿... 우리는 지금 숲속에 있어요”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7.1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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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도시 숲 기행] ②독일 퓌센 산림체험장 지겔비스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지대 산림체험장 조성...가족 탐방객 각광
가재잡고, 맨발 산책하고...‘산 교육’ 통해 숲 소중함 일깨워

▲ 숲 체험에 나선 한 가족 탐방객이 아이들과 함께 나무로 된 표식을 바라보고 있다. 2003년 홍수로 불어난 강물이 저 높이까지 차 올랐음을 보여주는 표식이다.
독일 남부의 대표적 관광지인 퓨센지방은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독일은 북쪽이 평지인데 반해 남쪽은 알프스 산맥 기슭의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지형이어서 스키,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산악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알프스로 넘어가는 도로 곳곳에는 가족, 연인과 함께 주말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도로 곳곳이 자전거, 배낭족 행렬이다.

독일 퓨센 인근의 오스트리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지겔비스 산림체험장. 울창한 산림지대인 이곳은 한때 양국의 국경 초소가 위치해 있던 곳이다. 삼엄한 경비와 함께 늘 긴장감이 흐르던 이곳은 지금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산 교육장으로 탈바꿈해 있다. 이곳 산림체험장을 방문하는 연간 탐방객만 6만여명이다.

EU(유럽연합) 통합 이후 한때 폐쇄됐던 국경초소가 산림체험장으로 새로 단장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뮌헨 사는 도시인들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종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곳까지 들어가는 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잊고 살거든요.”

독일 바이헤른주 지역 산림청에서 20여년 일하다 2002년부터 이곳 산림체험장의 홍보와 안내를 맡고 있는 헤르베르트 슈메러씨의 얘기다. 산림체험장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주 정부에서 공동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지만, 운영은 일반 시민과 산림 소유자, 시민단체 들로 구성돼 있는 민간단체가 독자적으로 맡고 있다.

산림체험장에서는 연중 산림과 숲에 대한 정기 세미나 및 다양한 전시회 등을 개최되고 있다. 특히 인근 레히(Lech) 강변에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춰져 있어 가족들이나 단체 탐방객들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경 초소를 리모델링해 개관한 전시회장은 이곳 산림지역의 생태와 식생을 살필 수 있는 각종 자료와, 동식물, 조류 등을 전시해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목재는 어떤 것이 있으며, 꿀은 어떻게 생산돼 우리 식탁에 오르는가 하는 것도 직접 눈으로 관찰 할 수 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이 자연으로부터 그 혜택을 얻고 있으며,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것.

전시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고 있는 산림 위험도 지수다. 지도에는 알프스 산맥 인근은 물론 독일 거의 모든 지역의 숲이 ‘경고’를 뜻하는 붉은색으로 나타나 있다. 울창한 산림지대인 이곳마저 그 예외가 아니다.

독일은 70년대 이후 개발을 제한해 좀 나은 편이지만 알프스 산맥 주위는 스키장 개발로 관광수익을 올리려는 자치단체들의 난개발로 곳곳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로 나무의 뿌리가 깊게 뻗지 못한 탓에 바람에 쉽게 넘어지는가 하면 병충해에도 그 만큼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떡갈나무의 경우 0℃이상에서는 겨울에도 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게 되죠. 예년과 달리 태풍의 강도도 세지고 건조기도 너무 길어지고 있어요. 90년대 이전에는 병해충이 극히 한정적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병해충과 싸우는 게 무의미한 상황에 이르렀죠. 베어내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슈메러씨의 설명이었다.

“떡갈나무, 참나무는 100년 안에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활엽수 종류를 더 많이 심는 편이지요.”
▲ “아이들 물 만났네”. 인근 산악지대에서 흘러내린 실개천을 따라 숲 산책로가 형성돼 있다. 개천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노는 아이들의 모습.

10ha 면적의 산림체험장 탐방은 크게 2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다. 2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산속 숲 지대 코스와 1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레히강변 코스다. 다양한 체험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해서 큰 구조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개천, 목재, 언덕, 흙, 습지 등 산림지대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한 체험 코스가 그것이다.

“숲이 멈춰져 있는 것 같지만 아닙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역동적으로 살아 쉼 쉬고 있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변 숲 탐방을 안내하는 슈메러씨는 2003년 레히강 범람사태를 예로 산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유례없는 홍수로 이곳 레히강이 범람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용케 하류에 있는 마을들이 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무성한 강변 숲이 급격히 불어나는 물길을 완화하며 특히 상류에서 떠내려 오는 고사목들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강변 숲 지대에 말라죽은 고사목들은 당시 홍수가 얼마나 심각했던 것인가를 생생히 말해주고 있다. 산림체험장은 당시 범람사태를 탐방객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고사목들을 그대로 놔둬 산 배움터로 활용하고 있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나무에 당시 강물이 넘쳤던 표식을 해 두고 탐방들에게 숲의 기능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산림체험장의 탐방로는 이런 식이다. 실개천을 이용해 습지대의 식생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고, 맑은 개천에서는 물장구를 치며 가재를 잡아볼 수 있도록 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이들과 함께 산책에 나선 가족들, 아예 바지까지 벗어던지고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 흙, 바람, 이름 모를 곤충, 산내음…. 산림체험장의 모든 자연 하나하나가 학습장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단순히 재해를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숲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어쩌면 인간까지도 자연과 같이 순환하는 하나의 원자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산림체험장 한 켠에 있는 문구는 오늘날 문명의 이기만을 쫓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 번 무언의 경고를 던지고 있었다. “당신은 홍수가 발생해도 마른 발로 서 있을 수 있습니까?”.


“무분별한 개발 더 이상 안돼요.”
채석장 개발 맞서 ‘자연보호’ 배움터 삼아

독일 중부 프랑크푸르트와 비스바덴 중간쯤에 위치한 헤센주 ‘자연보호의 집’(Naturschutzhaus). 예전 갯벌지역이었던 이곳은 한때 채석장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60년대부터 개발의 몸살을 앓아온 이곳은 30년전쯤부터 그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골재채취로 지하수원이기도 한 인근 마을까지 오염되기 시작한 것. 여기에 골재채취를 하고 난 곳에 쓰레기 매립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쓰레기 매립은 80년대까지 지속됐다.

환경파괴를 보다 못한 주민들이 격렬한 시위에 나섰고, 정치권도 더 이상 파괴가 지속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다. 이어 기업인과 정치인, 지역민 등이 합세해 1980년대 GRKW 라는 일종의 환경단체를 결성했다. 아울러 문제의 토지를 직접 매입해 복원에 나섰다.

150ha 면적의 ‘자연보호의 집’은 자연의 파괴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충격을 주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산 교육장이다.

“복원을 위해 인공조림을 하지는 않습니다. 10년 정도 지나면 폐허 위에서도 어느 정도 나무가 자라거든요. 자연상태의 식생을 그대로 보고 관찰하는 장소입니다.” 자연보호의 집 운영자인 마티나 타이풸의 설명이다.

동식물의 휴식공간인 호수 주변은 복원을 위해 철저히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1/3가량은 경작지로, 1/3은 주민들의 휴식과 산책코스로 개방해 식생대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상태의 식생에서 생산된 퇴비는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고 그 일부는 지역민에게 판매되기도 한다.

수려한 숲이나 정원이 있는 곳도 아니지만 이곳은 생태학적 주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 스트레스에 쌓이 도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도시민 등 연 1만 5천여명이 이곳을 방문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부예서는 아직도 자갈 채취가 한창이다. 그러나 그 수익금의 1/10은 환경복원 비용으로 지출한다. 산업화 속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여전한 과제인 셈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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