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때린다고요?”
“사랑해서 때린다고요?”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7.07.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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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오탐방]광주여성의전화

▲ 왼쪽부터 광주여성의전화 이지은 상담원, 임수정 사무국장, 채숙희 성폭력상담소장, 권현희 가정폭력상담소장, 배선현 정책부장.
지난 6월 광주에서 14세 여중생이 6개월 간 모텔에 감금돼 남성 800여명에게 성 매수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 남성들은 대학 교수, 약사, 의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었으며 지역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지역에서는 또 다시 장애여아가 강제 낙태를 당하면서까지 300여 건의 성 매수를 강요당한 사건이 알려졌다.

어린이·장애인 등 소수 약자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이 같은 파렴치한 성범죄뿐 아니라 권위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반 성인여성들을 대상으로도 여러 유형의 성희롱과 성폭력이 상시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여성의전화 통계에 따르면 폭력·성폭력·성매매·부부갈등 등을 사유로 도움을 요청한 전화횟수는 1993년 838건에서 99년 5,287건으로 급격히 증가해 2000년 이후에는 연평균 4,5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이 대우받는 시대가 왔다지만 해가 더해갈수록 여성을 가해자로 한 폭력과 폭언이 늘어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임수정 광주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등의 원인으로 성인들의 그릇된 성문화, 폭력문화, 군대식 서열주의 및 음습한 대학문화를 꼽았다. 임 사무국장은 이에 대한 근절방안으로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 능동적으로 표현하고 알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여성들이 성 평등을 주장하면서 자신은 변하려고 하지 않아요. 대부분 남성들에게 한번 주장했다가 무시당하면 포기하고 말죠. 하지만 이제 사랑이나 관심이라는 이름아래 행해지는 폭력을 거부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요구해야할 때입니다.”

지난 6일에는 광주여성민우회 등과 함께 여성들의 안전한 밤길을 되찾는다는 뜻에서 광천버스터미널 광장에서 ‘달빛아래 거침없이 당찬 그녀들’이라는 주제로 달빛시위를 벌여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중학교까지는 권위적인 성 관념 없이 남녀가 평등하거나 오히려 여성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과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학업, 성공, 경쟁 등에서 끊임없이 가부장주의에 부닥치고 여성 또한 이 같은 현실을 쉬이 체념하고 만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성장기부터 올바른 성 평등 의식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임 사무국장의 말. 광주여성의전화는 이를 위해 매년 청소년캠프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중학생 30여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여성지도자 양성을 위한 청소년 캠프’를 연다.

한편 광주여성의전화는 부설기관으로 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 가정폭력피해여성 쉼터, 성매매여성지원 쉼터 ‘한올지기’ 등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대표상담전화 062)363-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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