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성격 보인 광주비엔날레 이사회
파행 성격 보인 광주비엔날레 이사회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7.07.06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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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철폐 이어 감독 선정 절차 뒷말

▲ 지난4일 열린 제98차 광주비엔날레 이사회에서 지지부진했던 감독 선임 절차가 마무리 됐다. 재단 이사의 무제한 연임 가능성에 이은 감독 선정에서의 잡음으로 향후 비엔날레를 둘러싼 지역 미술계의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이정표라 할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를 이끌어가는 재단 이사회가 이상하다.

재단이사의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고, 감독 선임 과정도 공을 주고 받듯이 떠넘기다 이사장에게 권한을 위임, 최종 결정했다. 조직 개편하자고 연초부터 요란스러웠지만, 기실 하급 직원 중심의 인력 삭감 외에 장기 발전 비전을 위한 프로그램은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광주비엔날레 이사는 종신직?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지난 3월 15일 이사회에서 선출직 이사들의 임기를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한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사기업이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출연, 지금은 300억원에 육박하는 기금을 가진, 지역 내 최대 규모의 공공 법인이다. 그런데도 법인 이사가 종신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내놓은 것은 누가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특히 비엔날레의 국가적 지역적 상징석으로 볼 때 비엔날레에 힘을 보태고 싶어 하는 인사들이라도 이제부터는 아예 발을 붙일 수 없게 됐다. 또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한 새 피 수혈도 간단치 않게 된 셈이다.

개운치 않은 감독 선임 절차

지난 4일 열린 제98차 이사회에서는 지지부진했던 감독 선임 절차가 마무리 됐다. 9명의 내국인 감독 후보 가운데 신정아 동국대 교수가 선임됐고, 외국인 감독으로는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오쿠이 엔웨조씨가 선임됐다.

선임과정에 대한 설명이 개운하지 않다. 과거 2명씩 후보로 이사회에 올리던 관행에 비춰 이번 이사회에서 국내·국외 1명씩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예술감독 선정 소위원회는 내국인의 경우 9명의 후보를 접수받아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김승덕씨와, 2002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출신인 박만우씨 2명을 복수추천했다. 한갑수 이사장은 김승덕씨가 외국인과의 공동감독을 맡는데 난색을 표명함에 따라 박만우씨만을 추천할 수도 있었으나 과거 2명 중 1명이 사의를 표했을 때 남은 1명만 추천하지 않았던 것이 관례라는 설명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날 참가한 일부 이사들도 이같은 선임방식에 의문을 보였다. 최규철 광주예총 회장은 1차 선임 절차 때는 후보들이 프리젠테이션까지 실시하고도 선정을 미뤘는데, 이번에는 그런 절차에 비해 헐렁한 심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의를 제기했다. 후보들 관련 자료도 당일 받아봤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한 이사장은 국내 감독 추천 후보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 면담했다고 밝혔다. 김승덕씨를 포함해 김미진, 김선정씨 등이 사의를 표했다는 설명이다.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이 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제공한다.

“비판하는 NGO는 없어져야”

이같은 감독선임 과정에 대해 광주전남문화연대가 3일 성명을 발표했다. 감독선정을 위한 2차 위원회가 선임권을 이사장에게 위임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시장)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으며, 구조조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시장보다 명예이사장인 박광태 광주시장이 크게 흥분했다.

박 시장은 “산고 끝에 옥동자를 낳은 것 같다”면서 이번 추천된 2명의 후보에 대해 만족감을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까지 이사회의 최종 의결이 이뤄지기 전이었다.

박 시장은 이어 “좋은 감독을 뽑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가. 그런데도 언론에서 이사장을 비난한다. 매도하는 언론(단체)이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문화연대를 꼬집어 “그런 단체는 없어져야 된다”고까지 극언했다.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 조금 지나쳤다고 할 수도 있지만, 문화연대의 활동내용이나 위상으로 봐 “없어져야 할 단체”라는 시장의 비판은 공인의 발언으로서는 도를 지나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부직 줄이고 발전방안 외면한 구조조정

이번 이사회에서는 재단 구조조정안도 결정됐다. 기존 1총장 1국 4부 8팀의 조직을 1처 4부 2팀으로 개편하고 재단 사무처 정원도 기존 재단 직원 27명과 파견 공무원 15명 등 총 42명에서 재단직원 14명, 파견 공무원 5명 등 19명으로 줄었다. 또 사무국장제를 폐지하고 사무총장을 사무처장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문화연대는 이에 대해  “일부 하위직에 명예퇴직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3월 이사장으로 재선임되면서 의욕을 보였던 장기발전 구상은 이날 이사회에서 제시되지 않았다.재단 이사의 무제한 연임 가능성에 이은 감독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향후 비엔날레를 둘러싼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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