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목하 ‘고심 중’
시민사회 목하 ‘고심 중’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7.06.29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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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發 '대통합 빅뱅' 이뤄질까

28일 시민사회 집담회
원로들, "단일대오로 통합 압박"
활동가, "운동방식 통일 힘들다"

▲ 지난 28일 동구 KT빌딩에서 열린 광주시민사회 2007 대선대응 집담회 모습. 지지부진한 대통합 가도에 전국적 관심이 광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서로의 시각차를 확인했을 뿐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호남이 결정하면 한국이 바뀐다.”

지난달 28일 동구 KT빌딩에서 열린 광주 시민사회 2007대선 집담회(集談會)에서 한 발제자는 한국정치의 선도지역으로서 광주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집담회의 전체적 분위기는 호남이 과연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준비가 돼 있는지, 또 광주 시민사회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점만 남긴 채 차후를 기약했다.

우선 올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국적인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설명하면 대강 이렇다.

먼저 최열 환경재단 대표, 김호진 전 노동부 장관,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창조연대 창당준비위, 대통합을 압박하기 위한 국민운동체 성격을 지닌 민주평화국민회의, 참여연대·환경연합 등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연대회의 등 크게 세 흐름이다.

미래창조연대는 구 정치체제의 정책적 실패를 대신해 시민사회가 정치세력화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취지고 민주평화국민회의는 일부가 지난 달 25일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국민경선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외곽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정치권 안으로 옮겼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연대회의는 시민사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 정책대응·유권자운동에 매진하겠다는 그룹이다.

문제는 광주의 선택이 이러한 각개약진 중 일부가 아닌 대통합의 ‘빅뱅’ 구실을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지지부진 늦춰지고 있는 범여권의 통합 가도에 속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갈급증과도 맞물린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집담회는 절박한 위기상황에서 광주시민사회가 또 한 번의 ‘단일대오’를 구축하자는 50대 이상 원로그룹의 당위론과, 대선의 장(場)이 세력 게임이 아닌 정치적 비전과 실천적 담론을 생산하는 장이 돼야한다는 활동가들의 신중론이 맞붙은 형국이었다.

이를 원로그룹 쪽에서 이해하면 한나라당의 집권은 곧 민주화의 후퇴를 의미한다. 어떻게 이룬 민주화인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절박감도 묻어난다. 대통합을 위한 광주전남 시민연대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집담회에 와 보니 광주시민사회가 훨씬 한가하게 정국인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화세력의 동력을 확대·심화시켜 한나라당의 집권을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활동가 그룹은 시대가 변한 만큼 운동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 한 참석자는 “정치세력화의 흐름은 시민사회와 별개로 창당운동으로 정리됐고 활동가들도 내놓고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며 “광주시민사회가 단일한 시각을 공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된다”라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러한 입장차는 사실 집담회를 준비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다.

시민사회가 워낙 분화돼 온 데다 중심 역시 시민단체협의회, 70동지회, 80총학회 등 여러 물리적 결합이 어우러진 까닭에 화학적 반응을 쉽게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여기에 ‘시민사회’와 ‘시민단체’ 사이의 어정쩡한 정체성 혼란도 한 몫 거들고 있는 실정이다.

제갈량의 지혜가 절실하지만 어쩌면 정작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일 것이다. 광주시민사회가 물고기라면 물은 다름 아닌 호남의 ‘바닥 민심’. 시민사회 집담회는 앞으로 두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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