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야정의 교훈
일본 아야정의 교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6.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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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임승호(빛고을미래사회연구원)

일본의 산골도시 아야정의 농경지는 전체 면적의 9%에 불과하고 땅은 메말라 쌀과 채소의 수확량은 다른 지방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지역경제의 유일한 기반이 산림 벌채와 식재사업뿐이었던 아야정은 1945년 이후 종합개발사업과 국유임야사업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1955년에는 인구가 12,300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업이 완료되고 조림식재를 기계가 대신함으로써 일자리가 줄면서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가 됐다. 상점의 문은 닫히고, 주민들은 야반도주를 하고, 50세 미만의 건장한 사람들은 다른 도시로 날품팔이로 나서야 했다. 급기야 1980년 아야정의 인구는 7,200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야정은 일본 지역재생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연간 관광객 수가 150만에 이르고, 유기농업 인증제도 모델도시, 쓰레기처리의 선진사례, 조엽수림도시로 일본에서 제일가는 자연생태지역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아야정이 재생할 수 있었던 요인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답은 ‘자치공민관’ 운동에 있다. ‘고다미노루’는 1965년부터 12년 동안 아야정의 정장(우리나라의 군수)으로 재직하면서 마을 정례회를 조직해 22개의 자치구로 나누고 여기에 자치공민관을 설치했다.

각 가정은 물건을 만들어 상품화한 ‘1품1호 운동’을 추진하고 매년 문화축제를 열어 판매하는데 그 맛과 격이 남달라 외부사람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받고 있다.

또한 ‘한평채소밭가꾸기’운동을 통해 유기농업을 정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아야정에서 재배한 유기농채소는 ‘진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이것을 통해 방문객은 계속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아야정의 성공비결은 모든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과 제도체계를 갖췄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의회, 위원회, 주민대표, 전문가가 참여하는 ‘추진본부’를 만들고,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으로 확실한 지원을 했다.

문화중심도시를 만들고 있는 광주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최근 광주시의회와 광주시민사회는 문화중심도시지원조례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은 시민의 목소리를 잘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하고, 조례의 내용 또한 지역의 가치와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라야 한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을 당분간 지켜볼 일이지만,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의 의식이 먼저 변해 시민들의 수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이 오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지혜와 아이디어를 모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의 비전과 추진체계, 그리고 필요한 제도기반과 지원방안 등을 조례에 담아야 한다. 아야정의 ‘고다미노루’처럼 주민과 지역의 가치를 존중하는 리더가 우리 광주에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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