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 씻기 위해 미국은 말하라
억울한 죽음 씻기 위해 미국은 말하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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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앞 반미시위/
한국전쟁 피해자 유가족 미국만행 규탄//

"50년엔 양민학살 80년엔 광주학살 90년대엔 경제학살 미국놈들 물러가라!" 유명한 반미구호 가운데 하나다.
오늘 광주 금남로에서는 미국독립기념일도 아닌데 여기저기 성조기가 펄럭였다.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의 'MD'를 상징하는 대형미사일 모형까지 도청 앞에 설치되었다. 도청 앞 금남로는 온통 '반미'였다. 무슨 일일까?

20일 오후 1시30분 도청앞 광장에서 [코리아 국제전범재판 성사를 위한 양민학살 피해자 및 유가족 전국대회]가 열렸다. '미국 학살만행 진상규명 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전민특위)'가 주최한 이 대회에는 한총련과 전농, 민주노총, 전국연합 등 산하 지역단위들이 모두 참가했다.

이종린 전민특위 남측본부장은 대회사에서 6월23일 뉴욕 맨하탄에서 있을 '코리아 국제전범재판'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학살만행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반드시 이 민족의 한을 풀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에 대해서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의 양민학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전민특위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 국제전범재판에서 국제검사단을 맡고 있는 렘지 클락씨(전 미국법무부장관)는 "1945년 한반도에 첫발을 디딘 이래 지금까지 저질러진 미국의 만행과 학살을 온 세계에 폭로하고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북한을 방문해서 1950년∼1953년 3년 동안 북한에서 벌어졌던 미국의 양민학살을 조사했다. 19일부터 21일까지는 남한에서 조사활동을 한다. 그는 "미국의 만행은 전쟁시 학살만 있는게 아니"라며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로 여러분의 동포들이 굶어 죽고 있는 사태도 미국의 만행"임을 힘주어 말했다.

이번에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온 브라이언 벡커 국제행동센터 공동대표는 미국 학살만행 문제의 해결에 대해 "사죄와 배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행정부가 지금 여러분의 통일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우리가 싸울 대상은 북한이나 남한에 있는 게 아니라 워싱턴 D.C.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5·18에 대해서 "미국을 재판대에 세우지 못하면 광주학살의 진상은 규명될 수 없다"고 말해 80년 5월 광주학살에 미국이 개입했음을 강조했다.
전국에서 모인 미국 학살만행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저마다의 심정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경남에서 온 이정일씨는 "오늘같은 뜨거운 열기가 6월23일 전범재판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하자"며 전범재판의 성사에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부산에서 온 양기순 할머니는 "1950년에 남편잃고 말한마디 못하고 살아왔다"며 기막힌 억울함을 꺼내놨다. 그는 "그 때는 왜 나쁜 놈들 처벌하는 법도 없었나"며 한탄하고 "아무 말도 못하고 남북통일 되도록 기도만 했다"고 말했다.

이교순 할머니(대전)는 전쟁 때 폭격당해 발을 다쳤는데 아직도 진물이 나온다며 붕대로 감아놓은 자신의 발을 직접 기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50년 동안 너무 기가 막히게 살아왔다"며 가슴에 맺힌 한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정부는 단돈 10원도 안주고 병원 한번 안데리고 갔다"며 정부의 무관심에 일침을 놨다.

익산에서 온 이찬근 할아버지는 "폭격기가 삐라를 뿌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폭탄이었다"고 말하고 그 때 그의 부모를 잃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중에 미국측에 항의했는데 "한국지리를 잘 몰랐던 조종사의 오폭이었다"는 답변이 왔다. 그는 "어떻게 200km나 거리차이가 나게 오폭할 수 있느냐"며 미국측의 답변이 허구임을 지적했다. 그는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정부 관련부처에 관련서류를 요구했는데 이미 '폐기되었다'고 했다.

그는 "2년동안 진상규명을 위해 살았는데 얻은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고 "정부는 미국 눈치만 본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안상복 경남대책위 상임대표는 결의문에서 "정부는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려 미국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당당히 요구하라"고 말하고 "6월23일 국제전범재판에서 미국의 학살만행을 만천하에 알릴 것"을 결의했다. 결의문 낭독이 끝나고 전범재판에 참가하지 못하는 유가족들은 미국심판에 함께 한다는 의미로 하얀 천 위에 손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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