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제시 없이 서로가 제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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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7.05.2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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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는 통합논의‥속내는 지분 챙기기
대통합·소통합 떠나 지역민 여망 안아야

▲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박상천 민주당대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박상천 민주당대표 "우리당과의 당 대당 통합은 자멸의 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적당한 천 갈이 국민들 동의하지 않아"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소통합, 기득권 유지하려는 분열주의"

열린우리당이 2.14 전당대회를 통해 오는 6월 14일까지 당 해체를 포함한 통합신당의 전초를 놓겠다고 호언한 가운데 5월 끝 무렵에 이르러서도 통합의 ‘ㅌ’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우리당은 ‘박상천 살생부’라는 거대 암초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고 범여권 통합의 한 축이 될 줄 알았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마저 대선주자 원탁회의 참여를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걷겠다며 우리당을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 당내 최대 계파인 정동영, 김근태 두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과 ‘구두전쟁’까지 벌이며 탈당을 결행할 것처럼 하다가 다시 좌고우면하며 한 발 물러선 분위기다. 초·재선 의원들은 박 대표에게 능멸 당하느니 차라리 당을 리모델링해 생존을 모색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정세균 의장은 17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통합 논의는 특정정파나 지도부의 세 불리기 성격이 강한 분열주의 행태”라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대선승리를 위해서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리당을 사실상 통합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김한길 대표가 이끄는 ‘중도개혁통합신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까지 각 지역구의 당원협의회 위원장 등 지분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6월 중순 경에는 소통합의 깃발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양당은 지난 16일 최인기 민주당 부대표, 강봉균 통합신당 의원 등 협상 실무진이 만나 2인 공동대표제로 가닥을 잡고 21일 박상천-김한길 회동에서 지분배분 문제 등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박상천 대표는 17일 민주당원 간담회 자리에서 “지금까지 별 관심이 없다가 요즘 들어 찾는 사람이 많다”며 “민주당이 그러고 보면 좋은 정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기꺼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살생부로 거론한 △국정 실패 책임자 △좌파성향 인사 △친노 인사 등의 특정세력 배제방침에 대해 “직접 누구라고 거론한 적은 없다”면서도 “박 대표 본인만이 아닌 전당대회 5명의 당 대표 후보와 당원들의 모두의 뜻”이라고 큰 흐름은 부인하지 않았다. 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자멸의 길이며 정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민주당 입당을 타진하라는 것.  

박 대표는 이어 “협상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내 안의 분열”이라며 같은 날 오전에 정세균 우리당 의장이 언급한 민주당 내 대통합 세력과의 연대설에 대해 집안단속에 나섰다.

손학규 전 지사는 다음달 17일 자신의 지지세력인 ‘선진평화연대’ 출범을 앞두고 연 이틀째 광주민심 잡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손 전 지사는 17일 조선대 강연에서 “적당히 얼기설기 철사 줄로 묶고 천 갈이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를 비판하고 “범 여권 정치인, 정치권 밖, 한나라당 내 인사들을 규합해 새로운 정치구심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대선만 놓고 보면 가장 현실적 시나리오인 ‘3지대 통합론’에서 과객으로 몸을 의탁하기보다 힘 있는 한 축이 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여기에 지난 15일 시민사회진영 양대 조직인 ‘창조한국 미래구상’과 ‘통합과 국민을 위한 국민행동’이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으로 이름을 바꾸고 통합총회를 가지는 등 6월 중순 신당 창당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에 들어갔다.

문제는 작금의 통합논의가 국민의 정치개혁 요구와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협상이 아닌 특정계파 지분 챙기기, 총선에서 살아남기 등 속내를 감춘 통합논의라는 데 있다.

분당과정에서는 100년 갈 정당을 만들겠다며 다부지게 출발했던 우리당이 기간당원제의 실패, 지지기반의 붕괴로 당 해체 위기까지 몰리자 구태정치라고 비판하던 민주당에 ‘과거를 묻지 말자’며 다시 구애의 손길을 뻗치는 것도 눈총을 받는 대목이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은 우리당과 같은 뿌리임에도 선도탈당의 이점을 협상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 민주당은 중도개혁통합신당에 대해서는 살생부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서로의 사정을 챙겼다. 상황이 이러하자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은 “사기적인 통합논의를 당장 집어치우라”고 논평했고 추미애 전 의원도 “책임 있는 분들부터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5.18국립묘지에서 만난 김호영(서구 쌍촌동. 45)씨는 “광주를 찾은 정치인이면 누구나가 ‘광주정신’, ‘5월정신’을 말하지만 과연 정치인들 중에 지역민들의 여망과 꿈을 귀담아 듣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며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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