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 얼마나 사나, 한이나 풀어주오”
“살면 얼마나 사나, 한이나 풀어주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5.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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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항쟁 27주년 기념행사 이모저모

▲ 해마다 5월이 되면 광주 살레시오 고등학교 학생들은 종이학 1만 마리를 들고 윤상원-박기순 묘를 찾는다. 살레시오 고는 올해 동문들이 힘을 합쳐 교내에 윤상원 동상을 만들어 그곳에도 1만마리 종이학을 선사, 더욱 뜻깊은 5월을 맞았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주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17일 오후 당원들과 함께 5.18 묘역을 참배, 헌화.
박경순 5.18민주묘지 관리소장의 안내를 받아 막 묘지에 들어선 박 전 대표는 80년 당시 흉탄에 자식을 잃은 한 유족이 “박 대표가 온다고 해 아침부터 기다렸다”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라며 눈시울을 붉히자, “예.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례 인사를 건네기도.

이후 발길을 옮긴 박 전 대표는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전남대 정문 근처에서 총상으로 숨진 고 최미애씨의 묘역을 들린 후, 박 관리소장의 안내에 따라 직접 비문을 읽어 보고 한동안 말을 잃고 바라보기도.

홍 변호사 묘역은 어디에

○...민주당 박상천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고 홍남순 변호사의 묘지를 못 찾아 한때 허둥대는 헤프닝이 발생하기도.

이날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5.18 분향소 참배를 마친 박 대표가 묘지를 둘러보기 위해 발길을 옮기는 순간, 동행하던 한 광주지역 지역위원장이 “이곳에 홍남순 변호사도 모셔져 있다”고 하자 박 대표는 “홍남순 변호사님은 내가 찾아뵈야 한다”며 흔쾌히 호응.

그러나 홍 변호사 참배를 권한 지역위원장이 막상 고 홍 변호사의 묘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지 못해 박 대표가 한동안 발길을 어디로 돌릴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 당황한 당원들은 홍 변호사의 묘지를 찾느라 사방으로 흩어져 묘비를 뒤졌고, 찾다 못한 당원들은 끝내 동행하는 취재진한테까지“혹시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느냐"고  묻기도.

홍 변호사의 묘지 참배를 포기한 박 대표는 결국 4묘역으로 발길을 돌렸고, 박 대표는 한 묘소 앞에 머물러 묘비에 손을 얹고 잠시 취재진에 포즈.

경찰 과잉 경호업무, 참배객 눈살

○...노무현 대통령의 경호에 만전을 기해왔던 경찰은 기념식에 앞선 17일 5.18 묘역 주변과 펜스 등에 대한 수색과정에서 참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를 연출.

묘역을 둘러싼 산과 묘역 경계 펜스의 수색 작업에 나선 100여명 가량의 경찰은 수색에 앞서 좌우로 날개를 펴듯 반경 몇 백미터의 거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경찰을 배치한 후, “하나”, “둘”, “셋”, “넷”하며 끝에 위치한 대원 순서에 이르기까지 번호를 붙여 큰소리로 호령하게 한 것.

조용히 묘역을 둘러보던 참배객들은 난데없는 고함 소리에 놀라 이 장면을 지켜봤다. 호령이 한차례에 그치지 않고 2~3차례 계속되자, 일부러 광주를 찾았다는 한 여성 참배객은 “너무 분위기를 모른다”며 “이런데서까지 저래야 되느냐”며 짜증.

민노당 합동참배 경선 전초전 방불

○...민주노동당은 17일 5·18 묘역 참배에 앞서 시국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명운을 걸고 한미 FTA 저지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하기도.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광주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삶은 극심한 불평등과 차별, 예속과 분단으로 말미암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한미FTA 체결과 비정규직 대량 확산은 일하는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몰아내는 폭거”라고 주장.

행불자 유가족 “한 풀어달라”

○...80년 5월 아들을 잃은 한 70대 유가족이 5.18기념식에 참석한 여야 정치인들을 붙잡고 피맺힌 한을 토로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행방불명자 유가족인 손금순(75) 여사는 이날 김근태, 손학규 대선 주자 및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부여잡고 “맺힌 한을 풀어달라”고 피맺힌 하소연을 털어놨다.

손 여사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손을 잡고 “아직까지 자식의 시신도 못 찾고 이렇게 살고 있다. 내 가슴에 속 한을 풀어달라”고 울먹이기도.

손씨는 묘역을 둘러보던 강재섭 대표한테도 애절함을 전했다. 손씨는 “내가 살면 얼마나 살 것이냐. 오월만 돌아오면 심장이 벌렁 벌렁 뛴다”고 말했다. 손씨는 “진상규명 투쟁에 열심이던 남편도 이제 화병으로 심장판막증에 걸려 내일 모레라도 곧 죽게 생겼다”며 “금방이라도 아들이 살아서 돌아올 것만 같은데 아들을 못 보고 내가 먼저 죽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강 대표의 가슴을 치기도.

2007대선 망월동서 시작?

○...5.18 광주민중항쟁 제27주년 기념식에는 올 대선을 앞두고 광주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여야 정치인 및 대선 주자들이 총 출동해 광주가 또 하나의 ‘정치수도’가 되고 있음을 실감케 하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열린우리당 대표,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 박상천 민주당 대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등 각 정당 대표들이 나란히 참석했다.

이날 여야 정치인들의 광주회동에는 최근의 정치상황을 반영하듯 어색한 분위기가 시종 자리했다. 강재섭, 정세균, 김한길, 박상천 당 대표는 서로 의례적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시종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도 각기 따로 따로 묘역을 둘러보거나 이후 별도의 광주 방문 일정을 갖는 등 엊그제까지 동지적 관계이거나 지근 거리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있음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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