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빌 콘돈 감독? [시카고]의 감독은 로브 마샬인데? 인터넷 영화마당을 찾아보니, 빌 콘돈은 [시카고]에선 각본을 담당했단다. 이 영화 홍보담당이 관객을 꼬이려고 [시카고]의 유명세를 빌린 모양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돈을 댔다는 ‘제작’이 마치 그가 감독한 영화인 것처럼 속이는 경우가 젤로 많다. 떨떠름하지만, 뭐~ 틈틈이 있는 일이니 넘어가자.
[시카고]는 독특하면서도 빼어나다. 특히 화면연출에서, 색감과 조명이 강렬하고, 앵글이 매우 독특하다. [엔트랩먼트]에서 그녀의 미모와 몸맵시로 우릴 한 눈에 사로잡는 ‘캐더린 제타존스’가 놀랍게도 춤과 노래에까지 뛰어난 재능을 갖추어 ‘하늘의 은총’을 송두리째 받은 여인이라는 걸 확인시켜주었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뚱녀로 우릴 울먹이게 한 ‘르네 젤 위거’가 늘씬하게 매혹적인 팜므파탈로 변신한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에 비하면 [드림 걸즈]는 빼어난 미모의 쎅시 아이콘 비욘세라는 볼거리 말고는 여러모로 많이 약하다. 그러나 [시카고]에 비교해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스토리도 좋고 노래도 좋은 게 많다. 첫 장면의 [Move!!!]에서 제니퍼 허드슨의 노래가 영화 안의 관객과 영화 밖의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녀가 이 영화의 중간쯤 터닝포인트에서 [And I’m telling you I'm not going]을 애절하게 통곡할 때엔 가슴이 미어지도록 애달프다. 마무리 즈음에 [One Night Only]도 울컥울컥 눈물을 자아낸다. 마지막 장면과 노래도 가슴이 찡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중심흐름은 슬픔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온통 슬픔으로만 넘치는 게 아니다. 화려한 무대에 신나는 노래로 절로 어깨춤에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절로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픈 장면이 더 많다. 제니퍼 허드슨이 슬프게 불렀던 [One Night Only]를 비욘세가 흥겹고 육감적으로 섹시하게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장면은 우릴 열광의 도가니로 빨아들인다.( 인터넷 영화마당의 뮤직비디오로 나와 있으니 신나게 즐기시라. ) 슬픈 노래를 이렇게 신나는 노래로 리메이크한다는 게 참 특이하고 음미할 만하다.
그런데 말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이리도 흥겨운 영화를 보면서 끽소리도 없다. 교양이 강물처럼 도도히 넘쳐서 있겠지요. 우리 관객들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숨 막혔다. 그렇다고 내가 관객들의 그 엄숙한 교양을 깨뜨리고 선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난 결국 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탄성과 환호를 몇 번 질렀다. 예전처럼 그런 나에게 교양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보니 나만 늙수그레하고 나머진 새파랬다. 그들의 ‘불 꺼진 젊음’이 차암 불쌍했다. 답답한 맘을 풀길이 없어 허공에 대고 마구 욕했다. “···· 교양해야 할 땐 저질임서, 열광해야 할 땐 고질이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