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거짓 진술에 탈북여성 인권 매도”
“피의자 거짓 진술에 탈북여성 인권 매도”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3.0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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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이금숙씨 사건 진상규명 촉구

 

▲ 탈북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이 28일 빛고을장례예식장에서 기자회견을 같고 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었던 이금숙씨의 살해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탈북여성인권단체와 광주여성의 전화 등 25개 여성단체 등이 남편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 상태로 발견된 전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이금숙(27)씨 사건의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광주시 계림동 빛고을장례예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한 피해자가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참고인 조사도 없이 가해자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에 의하면 사건 경위가 살인과 사체 유기 피의자인 남편 김모(37)씨의 진술에 의존해 단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특히 피의자 김씨가  경찰 진술과정에서 “아내 이씨가 술집에 일하러 다니면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 말다툼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진술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남편에 의해 숨진 이씨는 청각장애인 5급으로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어려워 술집에 나가 일할 신체적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숨진 이씨와 한때 같이 선수출신으로 활동했다는 친구 심모씨는 “이씨의 청력은 60~70대 노인 수준으로 같이 운동할 때도 의사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심씨는 “인사말도 못 알아들어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도 했었다”며 “청각장애인 5급을 고용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참고인 조사도 없이 가해자 측에 시신인도”

심씨는 “처음부터가 사기결혼이었다”며 “남편은 제주에서 사업을 한다느니, 광주의 중소기업 중견 간부라느니 했지만 실제로는 단칸방에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씨는 “아기를 유산한 뒤 얼마 전만 해도 못 산다고 짐을 서울로 올려 보내기도 했다”며 “혼인 신고도 아직 않고 살았는데, 남편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그렇지 않아도 친구들 사이에서 최근 연락이 두절돼 서울의 한 경찰서에 행방불명 신고를 했었다”며 “핸드폰만 추적해도 친구나 동료들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노력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강수진 탈북여성인권연대 대표는 “모진 고생 끝에 떳떳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고자 했던 이씨가 가해자의 거짓진술에 의해 술집 여자로 둔갑되고 말핬다”며 “경찰은 특히 이금숙씨의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시신을 가해가 측 가족에게 인도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안진 광주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금숙씨 사건의 경우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것도 억울한데, 탈북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명확한 진상조차 밝혀지고 있지 않다”며 “가해남성을 지켜주는 사회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남편에 의해 살해된 탈북동포 이씨는 2004년 7월께 한국에 입국했으며, 탈북 전 북한에서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한 실력이 인정돼 그해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달 13일 새벽 4시께 광산구 신가동 자신의 집에서 남편에게 목이 졸려 살해당한 뒤 25일 극랑강 주변에서 암매장 된 채 발견됐다. 남편 김씨는 이씨를 살해한 뒤 5일간 사체를 벽장에 뒀다가 지난 18일 새벽 1시께 여행용 가방에 담아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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